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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보다 강한 혀
“당장에는 이빨이 혀보다 강한 것 같지만 결국은 혀가 이빨보다 강하다”
로마인 이야기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표현되는 한마디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떤 공식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독학한 사람으로 고대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현장을 30년이 넘게 발로 뛰며 확인하고 글을 쓴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학구적인 어떤 자료가 아니라 시간을 넘어서 보는 삶의 현장이다.
그리고 내가 그 속에 들어가서 다양한 삶의 지혜를 얻는다. 케케묵은 사료 속에 묻혀있는 어려운 단어의 나열이 아닌, 한 번 펼친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덮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마력도 경험할 수 있다.
서양인이 쓴 서양사가 아니고, 단지 번역한 글도 아닌 동양인이 동양적 감성을 가지고 바라 본 서양 이야기를 보는 맛도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의 관점을 로마가 살아남은 이유에 맞추고 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개방적 성향이라 설명한다. 온고이지신이라 하던가? 현대에 살아남는 많은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유연성이라고 한다. 역사는 흐르고 흘러도 삶 속에 스미어 있는 본질적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은 계속된다. 특별히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도 놓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삶의 주제이다.
로마에서 인간의 행동원칙을 바로잡는 역할에서 종교보다 법이 앞섰던 이유가 있다. 그들의 삶에 필요한 것은 그들을 지켜주는 신이지 윤리나 도덕을 들먹이는 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는 그것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빠른 시일 안에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을 택했다. 그리고 개방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한 로마의 법은 지중해를 통일하고 거대 왕국을 건설하는 가장 큰 기초가 된다.
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현실이다. 모든 사람이 생각을 공유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관(정체성)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주는 책이다.

이신덕 목사 (은성교회)

관리자  li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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