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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 신앙은 싸구려가 아니다

유럽을 여행하는 것은 지중해 지역보다 훨씬 수월하다. 유레일패스의 효용을 말하지 않아도 구석구석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교통망도 있고 깊숙한 골목의 작은 상점까지 설명하고 있는 두툼한 여행책자들의 도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여행은 몸이 편한 대신 머리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설명이 필요 없는 놀라운 자연경관과 유적을 가진 지중해 지역과는 달리 유럽은 철저히 자신의 지식과 고민으로 탄성(歎聲)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가 수동적 감동이라면 후자인 유럽은 능동적 감동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우리가 베를린에서 보고 싶은 건 하나다. 종교개혁자 루터의 흔적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 루터의 흔적은 건물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살았던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 루터의 집에서 그가 사용하던 컵을 발견한들 그것이 나에게 무슨 감동을 주겠는가. 예수의 흔적을 찾는 것이 그 분의 마음으로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것이듯 루터의 흔적을 찾는 것 역시 루터의 마음을 품고 베를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렵게 도착한 루터교회는 생각보다 작았고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도 없었다. 교회 옆에 세워진 성경을 들고 있는 루터의 동상 앞에 서서 그 단호하면서도 엄중한 외침을 들었다. 그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낸 사람이 아니다. 그가 말한 개혁은 잃었던 것을, 아니 버렸던 것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도, 말씀도, 심지어 용서의 권한까지도 하나님에게서 도둑질한 교권에 대한 목숨을 건 분노였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Berliner’s Dome’이라는 베를린 대표(?)교회가 있다.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베를리너스 돔’이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독일 사람들이 알아듣는 발음은 ‘베리나돔’이다. 어찌됐든 이 건물은 오랜 공사기간을 거쳐 독일교회 재도약의 의미로 지은 교회다. 본래는 굉장히 오래된 건물인데 30년 전 화재사건 이후 새롭게 리모델링 하였단다.

그러나 디자인은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을 고집하다보니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교회 입구에는 자랑이라도 되는 듯 공사에 들어간 예산을 큼지막한 글씨로 적어놓았다. 독일교회는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한다. 물론 이 교회도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받아 지어진 교회다. 나라 소득세의 십일조를 교회로 환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앙은 재정지원으로 해결되는 싸구려가 아니다. 교회는 국가의 지원이 아니라 성도 개개인의 자기 헌신이 쌓여서 지어지는 것이다. 국가의 중요행사가 치러지고 멋진 건축물에 여행객들이 감탄한다고 해도 정작 이 교회에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진정으로 예배드리느냐가 아닐까? 루터가 다시 돌아온다면 혈압이 높아질 일이다. 본질이 아닌 것은 모두 거부하자는 것이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이었는데 그 고결한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화려한 건물만 남아있는 것이 아쉽다.

김영석 전도사(영성교회) www.stigmata.pe.kr

관리자  li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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