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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문제 정면에서 다룬 역작"한국 기독교사회윤리의 쟁점과 과제(유경동 저, 감신대출판부)
미국의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모든 현실의 투쟁은 이데올로기의 장에서 이뤄지는 투쟁”이란 주장을 펼쳤다. 다른 말로 모든 변혁적 선택과 실천이 학문의 장에서부터 엄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신학의 한 분야인 기독교사회윤리학은 기존의 윤리학, 기독교윤리학이라 불리던 범주를 뛰어넘어 기독교의 정의와 사랑의 이데올로기를 사회현실의 장에서 확장하려는 노력이라 해석할 수 있다.

유경동 교수(감신대 윤리학)의 저서 ‘한국 기독교 사회 윤리의 쟁점과 과제’는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근래에 보기 드문 역작이다. 저서는 외국의 현란한 이론을 수입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렇다고 이슈만을 쫓다가 중심 관점을 상실하고 있지도 않다.

기독교사회윤리학의 발전 궤적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웰빙, 타자성, 생명공학, 사형제, 양심적 병역문제 등 신학자들이 따라가기에 민감한 사항들을 학자적 양심 가운데 정면으로 성찰하려는 용기가 엿보인다.

이 가운데 관통하는 유경동의 관점은 정의와 사랑의 변증법(라인홀드 니버)을 넘어서 오늘 이 시대의 교회가 지녀야 할 ‘책임의 윤리’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윤리학은 인간본위의 세속적 가치관을 극복하려는 예언자적 ‘해방의 영성’이며, 죽임의 문화가 팽배한 이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성육신과 같이 타자를 위해 아래로 움직이려는 ‘살림의 윤리’라 할 수 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저서는 이와 같은 관점 속에서 △1-2장을 통해 기독교의 문제점과 사회적 책임 △3-4장에서 ‘책임’의 개념을 ‘타자를 위한 사회윤리’로 재구성 △5-7장에선 한국사회의 여론을 분열시키는 줄기세포논쟁,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8-9장에선 한국 감리교회의 윤리적 기초를 다졌던 홍현설과 윤성범의 사상을 전통과 시대적 상황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유 교수는 먼저 이 시대의 절망과 희망이 양극화에서 파생되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양극화로 인해 생긴 자살왕국의 진실, 대박을 쫓는 로또제국의 환상, ‘빙’(being)이 아닌 ‘웰’(well)에 방점이 찍힌 웰빙의 허구, 익명에 의해 불특정의 다수가 만나는 미디어 혁명의 어두움을 분석한다.

문제는 이미 양극화를 따라가고 있는 자체 모순으로 인해 기독교가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벅차다는 데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 교수는 건강한 시민사회의 형성을 위한 책임의 영역에서 자기를 헌신할 것과 함께 나누려는 ‘공동체 정신’의 함양, 타자를 향한 소명 속에서 교회의 신비를 회복하려는 희망의 꿈을 꿀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타자에 대한 책임은 곧 ‘하나님 나라의 도러를 해석할 수 있는 윤리적 통로가 된다. 유 교수는 근대국가 이전의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성찰하며 이 문제를 해석하고자 하는데, 성서에서 어거스틴, 루터와 칼빈에 이르는 종교개혁 사상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국가에 대해 적극적 저항(후기 루터), 그리스도 주권에 근거한 신정정치(칼빈) 등 보다 예언적인 관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근대국가 이후의 상황은 어떠한가? 유 교수는 현대철학자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학’을 원용해 이 문제를 삼위일체의 관계로 나타나는 ‘기독교적 타자윤리’로 해석할 것을 제안한다. 그에 의하면 하나님의 자기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인격적 관계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하나님은 주체이며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인식되는 객체로 표현된다.

더 나아가 성령 하나님은 타자인 인간에게 무한한 자유를 약속한다. 그래서 타자의 윤리학은 그리스도의 본질이 ‘무엇’(what?)인지를 묻는 인식론의 영역에서 그 진리를 ‘어떻게’(how?) 실천할 것인지를 묻는 해석학의 영역으로, 그리고 다시 전적으로 타자를 위해 사신 그리스도가 ‘누구’(who?)인가를 물으며 스스로 그렇게 살고자 하는 ‘책임의 윤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현대적 이슈가 되는 생명공학,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등을 논하고 있다. 그는 황우석을 중심으로 촉발된 생명공학의 논쟁점들을 정리하며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과학적 중상주의의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형제의 문제에서도 ‘죽음’의 문제 이전에 ‘죄’의 문제를 깊이있게 직시할 것과 그 너머의 ‘부활’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더 나아가 한국교계의 사형제 논의가 전체에서 하나를 빼 집단을 존속하려는 인간의 문화가 아닌, 부족한 하나를 찾아내 더 큰 하나를 만드려는 신앙적 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은유로 결론을 맺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에 있어서도 유 교수는 종교적 이단시비의 문제로 바라볼 경우 자칫 미시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축소할 수 있기에 안보를 넘어선 ‘국가 도덕’의 문제, ‘정의와 인권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도 다시 한 번 ‘전체 빼기 하나의 윤리’가 아닌 ‘하나 더하기 전체’로서의 윤리를 강조한다.

이 밖에 유경동 교수는 현 시대의 문제를 사회적 책임의 위기로 이미 파악한 홍현설의 선견자적 윤리사상과 전통적 유교의 윤리를 기독교의 윤리로 토착화시키려 했던 윤성범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조망한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전작 ‘한국사회와 기독교정치윤리’에 비해 본서는 이론적 내용을 가급적 알기 쉽게 시사적으로 풀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기독교사회윤리학의 발전 궤적에 충실하면서도 우리사회의 이슈를 일별하고자 한 그의 노력이 한국 학계와 교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

가끔 교정과 교열을 철저하게 거치지 못한 문구들이 기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본서의 성과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현대 기독교사회윤리학을 조망하려는 신학생이나, 건강한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설교하고자 하는 목회자, 그리고 복잡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기독교적 윤리의 기준들을 조망하고자 하는 평신도들에게 일독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이준협 기자  wind@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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