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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신드롬’과 ‘설국열차’[기고]김준우 목사- “설국열차를 멈추게 할 다음기회는 없다”

   
2013년 여름, 우리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겪었다. 닭을 비롯한 가축들이 백만 마리 이상 폐사하고 물고기들이 수백만 마리 폐사하는 동안에도 에어컨 사용은 더욱 많아지고 주말에는 행락 차량들이 고속도로를 채웠다. 정부와 언론은 전력예비율에만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1)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988년에 ‘기후재앙의 문턱’인 350ppm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400ppm마저 넘어섰다는 사실 (2)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0.8도 상승한 것에 비해 서울은 평균온도가 2.1도 상승했다(최저온도는 3.1도 상승)는 사실 (3) 대다수 기후학자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로는 30년 뒤에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2도, 60년 뒤에는 4도, 100년 뒤에는 6∼12도 상승할 정도로, ‘금성 신드롬’(Venus syndrome)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 (4) 미국과 영국의 안보 전문가들조차 “인류 문명이 63∼75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Gwynne Dyer)는 전 지구적 ‘비상사태’에 관해서는 정부와 언론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근거하여 “열대야가 10년마다 8일씩 늘어난다”는 보도와 함께 온통 시뻘건 불가마니로 변한 남한의 지도(21세기 후반기 열대야, 동아일보 2013.813)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가 지금 우리의 어린 아기들을 그 시뻘건 불가마니 속에 던져 넣고 있는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교육계와 종교계조차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성도 처음에는 지구와 비슷한 화학적 조건이었지만, 땅 속의 모든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탈주효과 때문에 섭씨 450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 세대가 100년 안에 섭씨 6∼12도 상승을 예상하게 된 것은 토마스 베리 신부가 말한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가 얼마나 파국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구의 운명 역시 이미 탈주효과가 시작된 메탄수화물(‘시한폭탄’이라고 부른다)이 “지구 역사상 지금이 가장 많이 장전되어 있어서”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 섭씨 15도에서 섭씨 100도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2도만 상승해도, 3백만 년 전의 최신세처럼 해수면이 점차 오늘날보다 25미터 상승할 것이며, 섭씨 4도 상승하면, 육지의 온도는 섭씨 6도 상승하게 되어, 지구 산소의 40%를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이 거의 완전히 파괴되어 건조한 사반나 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지구 위의 모든 얼음이 녹게 되면 해수면은 약 75미터 상승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조차 흥행에는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1) 기후붕괴로 인해 인류가 “20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으며 (2) 과거에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나 직립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처럼 호모사피엔스 역시 멸종할 수 있다는 점 (3) “앞으로 십 년이 마지막 기회”로서 “2015년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으로 삼고 그 이후부터 매년 3%씩 감소시켜야만 인류의 생존 가능성이 50%다”는 자연과학자들의 일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미흡했던 것 같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후대책을 공론화하지 못할 정도로 그 전제와 결론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류의 미래는 설국이 아니라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가마니다. 단적인 예로 70년 뒤에 서귀포에서는 열대야가 한 해에 90일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었다.(기상청, 전 지구 기후변화보고서 2012) 또한 북극곰은 북극해의 급격한 얼음 감소로 인해 조만간 멸종될 것이기에 희망을 상징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으로 판단된다. 

기후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기후붕괴 현실은 20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 지구적인 식량난과 식량폭동, 도시들과 국가들 사이의 ‘물 전쟁’을 초래할 가능성,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도시들과 핵발전소들의 침수로 인한 대재앙을 초래할 가능성, 아흔 살이 넘어서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호소하는 ‘행성 의사’ 제임스 러브록이 예상하는 것처럼 “수십 억 명이 죽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수십 억 명은 전 세계의 가난한 80%의 인구를 말한다. 프란츠 알트의 말처럼 자기파멸의 길로 질주하는 우리 세대는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에 속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첫 번째 세대”이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제 핏줄 제 후손에게 아무런 보호본능도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런 묵시적 현실 앞에서 초자연적인 기적을 기대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을 하나님께 전가하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종말이라는 ‘대충돌’을 향해 전 속력으로 돌진하는 <설국열차>를 멈추게 할 방법은 한 영웅의 폭탄이 아니라 바퀴벌레로 만들어진 끼니를 먹는 꼬리칸 사람의 각성과 연대와 저항에 달려 있다. ‘기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사상자 수는 해마다 더욱 늘어간다. ‘3차 산업혁명’을 얼마나 빨리 이루어내는가에 <설국열차>의 운명이 달려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최대 450ppm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인류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은 5년뿐”이라고 명토박아 경고했다.(한겨레 2011.11.11)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고, 5년 내에 모든 화력발전소들을 폐쇄하고 탄소세를 도입하며, 핵발전소들을 태양광, 풍력발전으로 대체하고, GNP의 0.1%를 다음 세대의 생존비용으로 투자하도록 요구하는 길이 <설국열차>를 멈추게 할 합리적이며 평화적인 대책들이다.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 평화롭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후 비상내각’이 최소한 30년을 내다보며 체계적인 10년 단위 방어계획을 세워 총력을 기울일수록, 비극적인 대재앙과 폭력사태를 줄이면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137억 년 동안 신묘막측하게 우주 안에서 생명체들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살아 있는 별 하나를 만드셨는데, 인류는 시방 그 별을 금성처럼 뜨거운 불가마니로 만들고 있다. ‘금성 신드롬’이 시작되었다는 말은 결국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에게 ‘다음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생명운동에 헌신하는 단체들이 전 지구적으로 백만 개 이상이며 생명운동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회 운동이 되었다. 신석기 시대 이래로 인류 문명을 선도해왔던 종교들도 전대미문의 생명의 위기 앞에서 ‘생명의 종교’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학과 비이원론적 전통을 결합시켜 생태영성을 계발하고 함양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 지구는 우주 안에서 유일하며, 지구의 건강은 생명 유지에 절대적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은 지구의 요소들이며, 지극정성으로 지구를 창조해 오신 하나님의 영은 인류가 만들어낸 “금성 신드롬”과 여섯 번째 대멸종 사태를 온몸으로 맞서신 채 우리의 몸속에서 온 힘을 다 해 새로운 창조를 계속하고 계신다. 구약의 예언자들이나 시편기자들, 예수님을 비롯해서 그 어느 신학자조차도 상상했던 적이 없는 이런 전대미문의 위기 현실은 공고한 기득권 구조 아래 석유문명과 시장전체주의 체제가 초래하는 현실로서, 그 편리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 모두의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이 작동하는 체제이며, “마음공부를 정말 제대로 하지 않고는 깨뜨릴 수 없는 현실”(백낙청)임이 분명하다.

김준우 목사(한국기독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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