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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호 사설

세계 인권일 앞두고

오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교회에서도 이 날을 기념해 12월 첫 주일을 인권주일로 지키는 경우가 많다. 인권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며, 특히 하나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인권은 그 무엇으로도 훼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 말할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진보할수록 보편적 인권의 가치가 존중됨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도 지금과 암울했던 7 ·80년대를 비교해 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권이 신장돼 있음을 보게 된다. 거창하게 시국을 말하거나 진보의 이념을 논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아도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고, 성이나 인종에 의한 차별은 더 이상 논란거리도 못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인권이 완벽하게 보장됐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청소년이나 여성, 비정규직 및 외국인 노동자, 여러 종류의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인권 상황은 나아졌지만, 상대적 차별이나 박탈감은 오히려 더 심화된 측면도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한 소득 불균형과 빈부격차를 보이고 있다는데 그 원인이 공정한 경쟁의 부재와 부의 독점에 있다고 보면 우리 사회의 통합과 건강성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비정규직이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인권의 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나 밀양송전탑 사건에서 드러나는 국가 공권력의 과도한 집행도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세상이 밝아진 만큼 그늘도 생겨나는 법이다. 바라기는 교회가 나서서 그늘조차 밝히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사회의 소외된 이들, 고난당하는 이웃의 정의와 인권을 회복하는 일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한다.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기억한다면 우리 사회의 작은 자, 소외된 이들, 고난당하는 이웃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그들과 함께 하는 감리교회가 돼야 한다.

한 가지 더 기도할 것이 있다면, 미처 우리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인권도 보호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북한에서 혹은 그곳을 탈출해 제3국을 떠돌며 갖은 박해와 고통을 당하는 우리 동포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그들에게도 하나님이 주신 자유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가 존중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도하며 인권주일을 맞이하자. 

전덕기 서거 100주년

전덕기 목사 서거 100주기를 맞아 대대적인 추모 사업이 전개되는 모양이다. 일제 강점기 상동교회를 담임했던 전덕기 목사는 신민회를 창립하는 등 애국 독립운동과 교육 계몽운동에 앞장섰던 감리교회의 대표적 인물이다. 마침 내년이 서거 100주기가 되는 해이고, 국가보훈처에서도 내년 3월 ‘이 달의 독립운동가’로 전 목사를 선정했다 한다. 추모 사업회의 경우는 상동교회를 중심으로 조직돼 지난 4일부터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전덕기 목사는 감리교회 안에서의 비중과 달리, 사회적으로는 크게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던 터라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분의 업적이 재조명되고 평가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우리 감리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신앙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업적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감리교인들에게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 되고, 대외적으로는 자랑스러운 감리교회의 역사를 소개함으로써 선교에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이다. 교회를 반민족적, 반역사적, 반사회적 집단처럼 경원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누구보다 앞장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던 감리교회의 역사와 인물들이 있음을 소개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한참을 늦은 이 일이 그저 추모 사업회만의 일이 아니라 감리교회 모두의 관심과 참여 속에 큰 결실로 열매 맺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애국 애족운동에 앞장서는 자랑스러운 전통이 감리교회 안에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한반도의 주변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지금이야 말로 한국 감리교회에 제2, 제3의 전덕기가 나타나야 할 때라고 본다.    

아울러 이런 일들이 개교회 차원이 아니라 교단적 차원에서 이뤄졌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더해 본다. 얼마 전 기념행사가 열렸던 김상옥 의사(본보 779호 보도)도 그렇고, 대부분 신앙선배들의 업적이 개별적 추모 사업으로만 기억되고 유지되는 현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역사를 교단 혹은 본부가 관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라면 개 교회나 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랑스러운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지속적으로 기념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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