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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사설

신학대학만이라도 바르게 서야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75%가 F학점이 표기되지 않은 취업용 성적표를 발급하거나 불리한 학점을 학적에서 제외하는 학점포기제를 시행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최근 교육부를 통해 국내 대학 337곳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중 255곳이 학생의 원성적과 다르게 성적 증명서를 발급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취업용 성적표’를 발부하거나 ‘학점 포기제’를 시행한 대학이 포함됐다. ‘취업용 성적표’는 ‘대외 제출용’으로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F학점이나 재수강 여부 등이 기록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대학이 앞장서서 학생들의 학점을 세탁해준 것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야 취업에서 유리하고, 대학 입장에서도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져야 대학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정당하지 못한 일이다. 학점이란 학생들의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고, 기업은 이것을 근거로 인재를 선발하는데, 이런 식의 학점 세탁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면 결과적으로 대학 성적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뿐이다. 학문연구와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보다 취업을 위한 편법이 당연시되는 오늘의 대학을 과연 상아탑(象牙塔)이라 부를 의미가 있는지 씁쓸할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부정(不正)의 대열에 신학대학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일부 매체에서 문제가 된 대학의 명단이 공개됐는데, 상당수의 신학대학이 들어있었다. 감리교 계통의 3개 신학대도 예외는 아니었고, 한 대학은 이중 성적증명과 학점 포기제를 동시에 운영하는 54곳에 포함되기까지 했다. 물론 대학 입장에서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하는 관행이고, 우리 대학만 빠지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후보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에서 그런 부정과 편법이 용인되는 것은 잘못이다. 세상이 부패할수록 교회는 바르게 서야 하는 것처럼 일반 대학과 달리 신학대학은 세태에 휩쓸리지 말고 바른 길을 지켜야 한다.     

최근 기윤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는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신학대학부터 부정과 편법이 용인되는 상황, 그리고 그런 실상이 낱낱이 공개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제고한다는 것은 너무 요원한 일이다.

한기총 왜 이러나

본사로 두툼한 책자 하나가 배송돼 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보낸 이 책자에는 ‘한국교회의 개혁과 재성장을 위한 협력요청’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교회의 개혁이나 재성장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기총이 최근 행한 몇몇 단체의 이단 해제에 대한 해명들이었다. ‘한기총은 이단옹호 단체가 아니라’는 해명은 충분히 들어 줄 수 있고, 논란이 되었던 이단 해제 검증요약서도 나름대로 한기총의 입장이라 인정하여 검토해 줄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한기총이 통보해 온 내용이 문제였다. 간단히 요약해 보면, 한기총의 이단 해제 행위를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선언하면서 본사의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감리회가 한기총의 가입교단도 아니고, 문제가 된 사안이 본지의 주요한 취재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경고를 받은 것 자체가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한기총은 주요 교단과 교계 언론사 상당수에 같은 내용의 문서를 보냈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협박’이라 지적하는 등 반발이 커지는 모양이다.  

본사를 특정해 공격한 것이 아님은 알게 되었지만, 불쾌감까지 지워내긴 어려웠다. 언론의 보도에 대해 한기총도 입장을 밝힐 수 있겠으나 법적 조치 운운하며 미리 지침을 정해 보도를 통제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기총이 “정관상, 특정 조사대상의 이단·사이비나 이단성 여부에 관해 조사·판정·재심·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 못지않게 그러한 활동들을 감시하고 보도할 기능과 권한이 언론에 있음을 한기총도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기총이 어떤 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하든 혹은 이단에서 해제하든 그 결정이 한기총 내부의 일로는 충분한 권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단 문제와 관해서 다른 단체의 결정이나 주장까지 한기총이 통제하고 제한하려 드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며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또한 한기총 내부의 일이라 해도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이 보도하고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에 대한 한기총의 대응이 법적조치 뿐이라면 그것 역시 막을 수는 없겠으나, 교회 연합기구임을 자처한다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한기총은 공문 말미에 “귀하와 합력하여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적었다. 특정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전에 법적 조치를 운운한 뒤 다시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하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칼로 준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말로 준 상처는 평생을 간다’는 옛말이 있다. 언론도 조심해야 하겠지만 한기총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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