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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호 사설

맥추감사주일을 보내며

맥추감사주일은 추수감사주일과 함께 한국교회가 지키는 2대 감사절기다. 보리추수를 감사하는 절기였는데, 농업 인구가 점차 줄어들면서 지금은 그저 한 해의 전반기를 감사하는 날로 정착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원래 맥추절은 이스라엘의 역사와 신앙에서는 매우 중요한 절기다. 유월절, 수장절과 함께 3대 절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출23:16)고 말씀하셨다. 맥추절은 칠칠절, 오순절 등으로 불렸으며, 민수기나 신명기에도 이를 지키도록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맥추절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농사를 지으면 그 첫 열매를 바로와 이집트 신에게 바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출애굽한 뒤 하나님이 주신 땅에서 농사를 짓게 되고 그 첫 열매를 하나님께 바치며 감사할 수 있었다.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원하시고, 조상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던 이 날이 바로 맥추절의 시작이다. 이후로도 매년 한 해의 수확을 끝낸 기쁨 속에서 그 수확을 가능케 해주신 하나님께 기뻐하며 감사를 드린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맥추절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서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모든 일상을 잠시 중단하고 자신의 신앙을 재무장하는 날이 되었다.

한국교회는 그 같은 역사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기에 그저 보리추수를 기념하는 절기로 받아들였고, 그마저도 이제는 그 의미가 점점 흐려져 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맥추감사절은 의미 있게 보낼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국 감리교회는 선교 13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동시에 환골탈태의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 같은 지리적 이동은 아니지만, 130년전 이 땅에 감리교회 선교가 시작된 것을 우리 민족의 영적 출애굽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방신에게 드리던 수확의 첫 열매를 당당하게 하나님 앞에 바칠 수 있었던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향한 바른 신앙을 갖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위대한 출애굽의 역사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처럼 한국 감리교회가 지나 온 130년을 기억하고 이 나라와 민족의 역사 속에 섭리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는 올해 맥추감사주일이 되면 좋겠다.

월드컵의 교훈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팀이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언론은 이런 성적을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벌어진 참사로 개탄했고, 한국 축구가 20세기로 돌아갔다고 혹평했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도 들끓었고, 귀국하던 대표팀은 공항에서 엿 사탕 세례까지 받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확인 한 것이라며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부터가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체력이나 기본기도 세계 수준에 못 미치고, 축구행정이나 국내 리그 수준은 더 형편없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의 선정도 문제였고, 일관적인 전술과 선수기용 원칙도 없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이 아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이는 히딩크의 성공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히딩크는 선수 선발의 전권을 위임 받고, 학연과 지연, 나이를 배제한 순수한 능력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또한 축구는 열심히 뛰다보면 골을 넣는 경기가 아니라 약속된 훈련과 맞춤 전술에 의하여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특히 히딩크는 체력은 강한데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우리의 통념을 깨고 체력 강화를 위한 파워 프로그램을 먼저 시행했다. 우리보다 더 우리를 잘 파악한 것이다.

한국 축구와 국가대표팀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히딩크와 같은 리더십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번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4년 후 월드컵에서도 기대할 것은 없을 것이다. 

어디 축구뿐이겠는가.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사회 전반의 적폐 해소를 위해 ‘국가 개조’까지 부르짖는 우리 현실에도 그런 리더십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의 기본과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총리 인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돌고 돌아 사임한 이를 유임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법치는 흔들리고, 공권력은 조롱당한다. 극단적 진영논리는 원칙과 명분도 상실한 채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나라꼴이 이게 뭐냐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개조라 부르든 개혁이라 부르든 대한민국은 다시 세워져야 한다. 파당을 짓고 이익을 따지기 전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은 흔들리지 않아야 침몰해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감리교회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교권이 안정되고 개혁특위 구성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정해진 원칙과 기준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작은 이해관계에 집착해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일부의 모습은 결코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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