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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호 사설

달라진 감리교회

8년 만에 정상적으로 총회를 마치고 31회 회기를 시작되면서 감리교회의 활기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특히 감독회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어서 감리교회 모두의 기쁨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31회 회기 첫 감독회의는 ‘협의’와 ‘일치’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로 선출된 10개 연회의 감독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감독회장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 감리교회를 바르게 이끌어가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어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되돌아보면 지난 30회 회기는 위태롭게 이어져 왔다. 뜻하지 않은 문제로 감독회장이 잠시 공석이 되면서, 두 번의 직무대행이 선출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감독회의 내부에도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표출되면서 감리교회 모두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30회 회기가 잘못 풀린 실타래처럼 엉클어진 느낌 속에 마무리된 것은 모두에게 아쉬운 일이었다. 반면 31회 총회 회기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감독들이 앞장서 화합과 일치의 모범을 보여준 것은 감리교회 모두의 기쁨이며 환영할 일이다. 감독회장을 중심으로 10개 연회 감독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실추된 감리교회의 위상을 회복하고 부흥과 성장으로 재도약하는 일은 시간문제일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리교회에는 그만한 저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10개 연회의 신임 감독들은 내년으로 다가 온 아펜젤러‧스크랜턴 내한 130주년 기념사업을 논의하면서 교단 내부의 행사에 그치지 말고 광복 70년의 의미를 더해 감리교회가 통일한반도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사적 축제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한다. 고무적인 일이고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첫 회의를 마친 감독들은 청계광장에서 열린 김장축제에 나가 소외계층을 위해 김장을 담는 일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섬기는 감리교회의 본을 보여준 것 같아 반갑고, 섬기는 감독의 본을 보여 준 것 같아 자연스럽게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게 된다. 31회 총회 회기 내내 이런 모습이 이어지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부적으로 하나 되고, 대외적으로는 사회를 섬기며 봉사하는 감리교회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다. 


미래지향적 개혁을 기대하며

화타와 함께 명의(名醫)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편작(扁鵲)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었고 모두 의사였다고 한다. 어느 날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형제들은 모두 의술에 정통하다 들었는데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 편작이 답했다. “맏형이 으뜸이고, 둘째형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부족합니다.” 왕이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인가?”

편작의 대답은 이랬다. “맏형은 모든 병을 미리 예방하며 발병의 근원을 제거해 버립니다.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표정과 음색으로 이미 그 환자에게 닥쳐올 큰 병을 알고 미리 치료합니다. 그러므로 환자는 맏형이 자신의 큰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됩니다. 둘째형은 병이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합니다. 아직 병이 깊지 않은 단계에서 치료하므로 그대로 두었으면 목숨을 앗아갈 큰 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 채지 못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둘째형이 대수롭지 않은 병을 다스렸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저는 병을 예방하거나 초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기에 병세가 아주 위중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병을 치료합니다. 병세가 심각하므로 맥을 짚어 보고 침을 놓고 독한 약을 쓰고 피를 뽑아내며 큰 수술을 하는 것을 다들 지켜보게 됩니다. 환자들은 치료 행위를 직접 보았으므로 제가 자신들의 큰 병을 고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병을 자주 고치다 보니 저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감리교회 안에 개혁에 대한 기대와 논의가 한창이다. 감독회장 직속으로 발족한 개혁특위도 연이은 모임을 통해 개혁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고, 곧 조직될 장정개정위원회도 개혁 입법을 집중적으로 다뤄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것은 그만큼 감리교회 안에 심각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감리교회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위중한 상태라는 말이다. 지난 30회 총회 회기 해프닝처럼 끝난 입법의회나 일부 전직 감독들의 불만도 그렇게 시급한 개혁을 제 때 처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당장 시급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절차와 과정이 감리교회라는 공동체의 질서와 구성원들의 합의 속에서 진행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단기적 처방보다는 거시적 안목에서 미래지향적인 개혁의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믿는다. 개혁을 해야 한다는 당위에 떠밀려 조급함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포퓰리즘(populism)이나 성과주의의 함정에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 당장 곪아터진 문제에 대해서는 편작 같은 긴급한 처치가 필요하겠지만, 감리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발병의 근원을 제거하고 병폐를 예방했다는 두 형처럼 미래지향적 개혁을 이뤄야 한다. 개혁이라 해서 굳이 요란스럽게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개혁특위나 장개위의 역할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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