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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사설

섬기는 직분

서울시향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한항공 부사장의 기내 행동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사회 지도층의 처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 사건의 경우는 차분하게 들어보면 그저 ‘힘 있는 사람’의 횡포가 아니라 업무적 조치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고 질책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미 출발한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도록 조치한 일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친 행동이었다.

우리 사회 안에는 이처럼 자기 지위나 권한을 남용해 타인을 함부로 대하거나 과도한 특혜를 누리려 하는 이들이 많다. 사회지도층이 이처럼 자신들을 특권층으로 인식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목사나 장로의 신분이 대단한 특권이나 되는 듯 교회 안에서 함부로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교단 총회나 연합기구로 오면 어떤 직책을 맡아 그런 처신을 보이는 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말로는 섬기는 직분이라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국민들이 사회지도층의 부적절한 언행에 분노하는 것처럼 교회 안 다수의 교인들은 몇몇 권위적 지도자의 언행에 상처받고 실족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드려다 보는 이 사회가 우리 교회를 곱게 볼리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종교 지도자 두 명의 언행이 화제가 된다.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자신의 거처를 서서 지키는 근위병에게 앉으라 권했다가 명령에 반하는 일이라 그럴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자 교황은 명령이라며 앉으라고 말하고 자신은 근위병을 위해 커피를 사러 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 성공회의 산증인인 김성수 주교다. 사제서품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축하 모임에서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잔치를 꾸민 후배들을 향해 “참 나쁜 사람들”이라 말하고 난 뒤 90도로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다.   

단적인 사례지만, 교회 지도자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위가 높아졌다 해서 권력을 휘두르거나 어떤 특혜를 누리는 것은 세상에서도 잘못된 행태로 비난받는다. 교회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고개를 숙여야 하고, 자리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섬겨야 할 이들이 늘어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말이면 교회마다 새로 임원을 세우는 일에 분주할 텐데 그런 자세의 지도자들이 감리교회 안에 많이 세워지면 좋겠다.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러 오셨다”(마20:28)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 절기에,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잠 18:12)라는 성경말씀까지는 아니더라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평범한 진리만이라도 가슴에 새기는 신앙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애기봉, 북한 눈치 볼 이유 없어

국방부가 철거된 애기봉 철탑 자리에 9미터 높이의 성탄트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애기봉 소동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진보 단체들이 이를 다시 문제 삼고, 북한도 강력 반발하며 협박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 또다시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북한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진보 단체도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요즘 세간에는 ‘종북 아줌마’ 논란이 뜨거운데, 진보단체들이 평소 주장하는 대로라면 북한도 어느 정도 개방되었다 하니 성탄절을 모를 리 없고 성탄트리를 보지 못했을 리도 없다. 굳이 우리가 밝히는 성탄 트리가 문제라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고, 수 십 년 계속돼 온 애기봉 성탄 등불이 올해 유독 문제가 된다는 말도 납득하기 힘들다. 

애기봉에 다시 세워지는 것은 말 그대로 성탄트리다. 서울시청 앞에도 있고, 전국 수 만개 교회에도 세워진다. 심지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서도 볼 수 있는 성탄장식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치적 논리가 담길 이유도 없고, 북한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리도 없다. 평화의 왕으로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일 뿐인데, 굳이 말하자면 동토의 땅 북한에도 이 소망과 기쁨의 성탄 소식이 전해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입장에서야 주민들을 통제해야 하니 당연히 이런 일조차 불편할 수밖에 없고 할 수만 있다면 막고도 싶겠지만 우리가 그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성탄 트리세우는 것조차 북한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북한의 반발에 상관없이 종교 활동 차원에서 이를 보장하겠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흔들려선 안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교회는 이 성탄 트리를 통해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불빛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애기봉 뿐 아니라 휴전선 전역을 성탄의 등불로 환하게 치장해 북한 어디에서든지 이 불빛을 보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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