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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호 사설

심은 대로 거둔다

종과득과(種瓜得瓜)라는 말은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난다는 뜻이다. 원인(原因)이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原因)에 따른 결과(結果)가 있다는 말인데, 종종 사람은 그것을 망각하여 심지 않은 것을 기대하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최근 있었던 총회 입법의회에서 본부 부담금을 삭감하는 결정이 나왔다. 감리교회 안에서 본부에 대한 불신과 부담금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그런 정서와 분풀이식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듯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은 요즘 교회의 살림이 어렵다고 한다.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말도 한다. 정말 그것이 이유였다면 본부만이 아니라 연회 부담금도 줄여서 개체 교회의 부담을 낮춰야 했다. 하지만 입법의회는 개체교회의 부담금을 오히려 인상시켰다. 

본부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각급 위원회를 줄이자는 개정안은 왜 부결시킨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본부가 방만하다 하면서도 정작 누수의 원인을 해결하는 일에는 등을 돌려버린 셈이다.

본부 개혁을 말하는 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직원들의 급여는 사실 본부 예산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 본부 예산을 줄인다 해도 그 부분부터가 아니라 정책사업의 축소와 각급 기관 및 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이 우선적 피해로 나타나게 될 뿐이다. 본부 부담금 삭감은 결국 ‘본부’라는 특정한 기구가 아니라 감리회 전반의 사업 축소와 정책 실종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입법의회의 결정이 근시안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예산 편성 시즌이 되면서 벌써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이 지원이 줄어드는 현실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입법의회의 결정이 이미 내포한 결과다.

본부 부담금이라 이름 붙여놓고 연회가 다시 가져가거나, 은급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다. 은급이 부족하면 은급부담금을 올려야 하고, 연회 살림이 어려우면 연회 부담금을 늘리는 것이 옳은 일이다. 

입법의회의 허점은 그뿐 아니다. 일부에서 본부 개혁처럼 착각하는 기독교타임즈나 출판국의 개정 부분은 이전 법이 차라리 낫다는 지적도 있다. 기독교타임즈의 경우는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상근 사장제 도입을 결정했는데, 이미 오래전에 실패했던 방법이며 자칫하면 지금보다 업무는 복잡해지고 비용만 더 들게 된다. 

스스로의 판단을 고집하며 눈과 귀를 닫아버린 장개위, 방대한 내용을 처리하다 보니 이런 부분까지는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는 입법의회의 허점이 개악과 혼란의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염려할 뿐이다. 

 

 신학대학 유감

감리회에 속한 한 신학대학이 교직원 건강검진료 등을 학생 등록금이 주요 재원인 교비회계에서 집행하다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다. 이 학교는 또 법인 직원 인건비와 법인의 수익용 재산에 부과된 세금도 교비회계에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과거 이사장 때 일이라 해도 이런 부끄러운 일이 드러나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다른 신학대학은 일 년 가까이 학내 분규가 이어지고 있고, 그 시작은 법인의 불법과 비리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에서부터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교 당국이 불법을 바로잡아달라는 학생과 교수들을 무더기로 고소해 더 큰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불법과 비리 시비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 없이 교육대상인 학생들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학교 당국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못된다.

또 다른 신학대학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동문들과 학교법인이 입법의회에서 낯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회 입법의회는 내년부터 한시적으로 이들 3개 신학교에 0.3%씩의 부담금 지원을 결정했다. 아직 공포되기도 전이지만 일선 교회와 목회자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교단의 신학교를 지원하는 일은 감리교회가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이런 난장(亂場)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도 감리교회가 있다. 신학교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더 큰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음은 분명 경계해야 하지만, 혼란과 갈등을 수습 못한 상태에서 교단장의 권면조차 묵살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우선은 학교를 맡아 운영하는 이사진과 교수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행정이나 재정 등의 책임을 져야 할 부분에서는 단지 총회의 위임을 받은 것인 양 발을 빼다가 어떤 이권이나 권리를 따질 때는 관련법규를 들먹이며 주인행세를 하는 것은 잘못이다. 

얼마 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조문하면서 이회창씨가 쓴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신학대학의 책임적 위치에 있는 이들이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스스로의 처신을 바로 하고 오늘의 혼란을 수습하는데 우선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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