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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두고 오셨습니까?군선교현장에서 - 이희건 목사
   
 
     
 

강원도의 한 GOP 담당연대에서 군 선교 사역의 발을 처음으로 내딛었습니다. 그 GOP 대대 안에는 비교적 멀끔한 대대교회가 있었지만 전체 병력의 80% 이상이 되는 많은 병사들이 대대교회와 멀리 떨어진 소초에서 근무했고, 24시간 교대해가며 빈틈없이 전방철책을 경계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주일마다 먼 거리를 이동해 대대교회의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초임 군목의 처지에서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장병들을 3개월 가량 그대로 방치해두었지만 항상 제 마음 한켠에는 그 힘든 격오지에서 예배조차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장병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제 마음 속에 강력하게 말씀하시는 사건을 기도 중에 경험했습니다. 그 때부터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거룩한 부담감을 안고 매주 토요일 오후와 주일 오후에는 GOP 소초로 달려가 생활관이나 병영식당 등 가용한 공간이면 어디든지 활용하여 기독 장병들과 함께 마음껏 예배드렸습니다. 더불어 소초에도 교회가 세워지기를 믿음의 지휘관 및 연대교회 성도들과 나누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소초예배를 시작한 지 10개월 정도 흐른 어느 토요일, 한 선배 군종목사님의 권유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춘천에서 텝스 시험을 치르게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 일정상 꼭 그 날이어야만 했기에 토요일 소초예배 일정을 최소화하여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소초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음날로 미루기로 계획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찾아가 황급히 예배를 드리고 서둘러 부대로 복귀하던 중 휴대폰 벨소리가 날카롭게 울렸습니다. 받아보니 바로 직전에 서둘러서 예배를 드리고 온 소초의 군종병 이었습니다. 자대배치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한 이등병이 저와의 상담을 요청하였다는 것입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30분 쯤 더 가는데 제 마음 속에 하나님께서 콕 찌르시는 듯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군종목사로써 지금 당장 네게 무엇이 더 먼저가 되어야하느냐?” 하지만 저는 시험 등록비까지 이미 냈다고 항변하며 마음 속의 질문을 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또 다시 10분 후 재차 물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시했습니다. 또 10분 후 똑같은 질문이 들려왔습니다. 마음 쓰라린 세 번째 질문 앞에 제 욕심이 무너졌습니다. 운전병과 군종병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를 돌렸고, 결국 텝스 시험을 포기하였습니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신 주님을 본받는 목회자에게 나를 애타게 찾는 한 영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세상적인 욕심을 목회자로써의 사명감당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이 느껴져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옆에 있던 군종병이 소초에 두고 온 것이 있냐고 물었지만 도무지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두고 온 게 있다면 ‘내 영적 우선순위’, ‘목회자로서의 사명감’,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인데, 너무나 부끄러워 도무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저 말없이 마음으로 울먹이며 다시 소초로 돌아가 이등병을 만났고, 저는 그 이등병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등병에게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고백했습니다.

신앙상담 후 다시 부대로 돌아오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또 한 번 울렸습니다. 기분 탓이었겠지만 조금 전 들었던 벨소리 보다 훨씬 부드럽게 들렸습니다. 알지 못하는 한 목사님이셨습니다. “목사님, 사단 목사님 통해 전화번호 받았습니다. 사역하시는 11개 소초에 소초교회를 세워드리고 싶습니다.” 기도는 했지만 어디에 후원요청을 해본 적도 없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의 소원이 응답되었고, 그 후 몇 개월에 걸쳐 대구지방 군선교연합회의 후원으로 모든 소초에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바로 그 날, 소초교회 건립이라는 큰 사역을 제게 맡기시기 전에 부족함을 깨우쳐주시고 다시 한 번 훈련시키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과 벅찬 감격이 교차했던 그 날의 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을 성전에 두고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사흘 길을 내려갔던 요셉과 마리아의 착각이, 군 선교라는 막중한 사역을 감당하는 내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날의 일을, 무엇보다 예수님의 마음을 기억하며 제게 맡겨주신 군 선교 사역을 성실히 감당하겠습니다. 샬롬.

   

이희건 목사
대위 군종 70기 3포병여단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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