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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방석군선교현장에서 - 윤철 목사
   
 
     
 

예배 인원의 대부분이 예배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로 이루어진 어줍은 예배 분위기와 부대 지휘관 앞에서의 설교라는 부담감은 군 사역 2년차의 군종목사가 예배의 본질과 감격을 잃어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던 중 17일 간의 훈련이 다가왔습니다. “목사님이 여기까지 오실 거 있으시냐?”는 군종목사에게 하는 의례적인 질문이 있었지만 훈련 동안 병사들과 함께 생활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호기가 좋았던 것입니다.
안락하지만 복잡한 사무실을 떠나니 불편하지만 단순한 사막 같은 곳에 서게 되었습니다.

훈련 6일째가 되자 몸에 물 한 번 묻히지 못했는데 어디하나 가렵거나 불쾌하지 않습니다. 땀에 젖은 속옷과 잠자리 추위 때문에 두 벌 껴입은 내복은 냄새조금 안 나고, 흙투성이 전투복은 작업복도 되고 잠옷도 됩니다. 하지만 잠자리에서 기침 한 번이 없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더러움으로부터 자신을 깨끗하게 하려고 그렇게도 씻었던 것일까요?

흙을 만지며 작업했던 손으로 변소를 가고 그 손으로 밥을 먹습니다. 밥은 어떻게 먹을까요? 손도 못 씻는데 숟가락은 사치입니다. 봉지에 밥과 반찬, 이것저것을 넣고 봉합니다. 그리고는 손으로 조물조물 섞어 우리 어린 시절 요구르트를 뒤로 먹는 것처럼 봉지 귀퉁이를 뜯은 다음 손으로 눌러 죽죽 짜먹습니다.
이렇게 삶이 단순해지니 감정도 또렷이 드러납니다. “달달한 것이 먹고 싶다”, “따듯하게 자고 싶다” 등등. 복잡한 인간관계의 감정도 명확해집니다. “쟤 참 얄밉다”, “나는 저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구나” 등등 말이지요. 감추고 싶었던 진짜 ‘내’가 드러납니다. 그러다가 가장 두껍게 포장되어 있던 ‘신앙’이 그 민낯을 드러내게 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토요일이 되어 야전예배를 기획하였지만 참모간부에게 돌아온 답은 차가왔습니다. “목사님, 대대에서 요청하면 그때 얘기합시다.” 포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 부대상황으로 어쩔 수 없는 거야.” 예배의 확신이 없는 나약한 마음을 감추려 꺼내든 핑곗거리는 분노의 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부대는 종교행사 여건 보장도 안 해 주는구만!”

그때 질문 하나가 머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너는 왜 예배를 드리려하느냐?”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첫 번째, 안하면 주변 눈치 보이니까. 두 번째, 나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으니까. 세 번째, 이런 곳에서 예배드리면 멋진 장면이 연출 되니까’였습니다. 결국 나를 위한 예배였지 그곳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예배를 받지 못하시는 건 부대 때문도, 훈련 상황 때문도 아니라 스스로 높아지려 한 이 악한 종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회개가 터져 나왔습니다. “주여! 저 때문에 이곳에 엉덩이 붙이실 곳도 없으시군요. 제가 주님 오실 수 있는 거룩한 성전이 되진 못할망정 엉덩이 붙이실 방석도 되어드리지 못하였군요! 부디 제게 예배하는 마음을 주셔서 주님이 깔고 앉으실 방석 되게 하소서.” 이 악한 목사가 예배를 통해 감히 영광을 받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목사는 예배 때 하나님이 오실 수 있도록 깔고 앉으실 방석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모래판에 두 무릎 자국이 찍히자 부대 훈련장이었던 이곳이 이스라엘의 40년 광야가 되었고 예수님 40일 기도하신 광야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자 바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목사님, 저희 대대 예배 희망자가 70명입니다! 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주 서로 다른 대대에서 드린 5번의 예배 동안 모두 약 270명의 용사들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예배는 드디어 오직 하나님만이 영광 받으시는 예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의 종이 하나님께서 깔고 앉으실 방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책 옆구리에 끼고 군복에 스톨하나 걸치고 미처 예배드리지 못한 어린 양 다섯을 위해 걸어가는 발걸음은 그 누구보다, 그 어떤 순간보다 당당했습니다. 더 이상 숫자나 분위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방석이 된다면 말입니다.

 

   

윤철 목사
대위, 8사단 10여단 횃불교회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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