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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에서 만난 사람들군선교현장에서 - 정영준 목사
   
 
     
 

군 사역은 실로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교회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대부분 신사적이고 친절한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었던 내게 거칠고 치열한 각양각색의 인생살이를 들려주는 형제들이 어색했고, 더 나아가 충격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지금 섬기고 있는 교도소교회에서 만나는 형제들이 살아온 발자취는 충격을 넘어서 아프기까지 하다.

라틴어에서 사랑(amor)의 반대말은 죽음(mor)이다. 그런 사람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대한민국에서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혹은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이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든든한 성벽과 아름다운 정원 안에서 배부르게 살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성문 밖 백성들의 처절한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요”라고 이야기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교도소 교회에 처음 위문오시는 분들 가운데에는 나의 설명을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 그 분들 역시 내가 받았던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다.

초임지에서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예하 대대 지휘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병사가 많이 힘든 것 같은데 방문해서 위로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급하게 달려가서 만난 그 형제는 절망과 무기력함에 찌든 얼굴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심각했다. 어젯밤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아버지가 후송됐다는 소식을 119구급대를 통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었다.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하는 그 형제는 어떤 감정도 없이 담담히 객관적으로 제3자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어려움과 아픔은 수도 없이 겪어봤다는 듯이, 이미 내겐 내성이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연대장님에게 보고하고 그 친구 집으로 찾아갔다. 물어물어 집에 도착하여 집 문을 열었을 때 충격적인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방 한 가운데 막걸리 병 네 병과 김을 까놓고 누워있는 그 형제의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상황이 심각해 부대로 돌아와 지휘관에게 그 형제의 청원휴가를 건의하여 그 형제와 함께 다시 집으로 갔다. 정부기관, 민간단체, 교회 등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임시방편이긴 하나 그 형제가 전역할 때까지 아버님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물어봤다. “이렇게 널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이런 도움 못 받아봤니?” 질문을 듣고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던 그 형제는 이내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 힘겹고 슬픈 삶을 살면서도 터지지 않았던 눈물샘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샘솟듯 터졌다.

비단 이 형제 뿐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형제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굉장히 특이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처음 그랬고, 우리 교회를 처음 방문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렇듯이 지금 교회의 시선은 너무도 높은 곳을 향해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도 군 안에 입대한 병사들과 마주앉아 조금만 시간을 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그리고 교회의 사명은 예수님처럼 그런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과 구원을 선포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갈릴리와 데가볼리와 예루살렘과 유대와 요단 강 건너편에서 수많은 무리가 따르니라.”(마태복음 4장 23,25절)

   
정영준 목사
대위, 국군교도소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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