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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겨울, 고립의 추억군선교현장에서 - 김경민 목사
   
 
     
 

학창시절, 제가 교환학생으로 잠시 있었던 노르웨이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것 중 최고는 다 로마에 모여 있고, 하나님이 만드신 것 중 최고는 다 노르웨이에 있다.” 피요르드와 오로라 등 장엄한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노르웨이를 멋지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우리나라에 적용해서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이 만든 것 중 최고는 다 서울에 모여 있지만, 하나님이 이 땅에 만드신 최고의 솜씨는 다 울릉도에 있다”라구요. 그만큼 제가 근무하고 있는 울릉도는 자연의 장관이 가득한 청정의 섬입니다.

수려한 자연경관 외에도 두 곳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습니다.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울릉도 주민들은 북유럽만큼이나 기대소득이 높고 훌륭한 복지를 누립니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것도 무척 싫어합니다. 한번 시작한 공사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주문한 택배 물건을 받으려면 일주일은 족히 기다려야 합니다. 살인적인 물가의 노르웨이처럼 울릉도도 물가가 무척 비쌉니다. 현재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19원, 웬만한 음식점의 1인분 가격은 1만 5천원에서 시작합니다. 참 비싸지요? 물자가 부족한데다 공산품의 가격도 비싸 장병 위문에 어려움을 겪는 때도 많습니다. 겨울이 빠르게 오고 눈이 많이 쌓이는 것도 비슷합니다.

지난 겨울에도 눈이 참 많이 쌓였습니다. 눈이 2m가량 쌓여 길이 얼고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된 채로 일주일쯤 고립이 되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군종실에 전역을 앞둔 한울이라는 병사가 찾아왔습니다. “목사님 저 곧 전역하는데, 눈 때문에 부서 회식도 못하고 나가야 한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병사들이 전역하면 본래 해당 부서에서 늘 회식을 하거나 선물을 챙겨주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외부 물자 보급이 안 되다보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용감하게 말했습니다. “그 회식 목사님이 해줄게, 금요일 저녁에 무조건 애들 모아오렴.”

말을 뱉고 나서 후회했지만 주워 담을 수 없었습니다. 외출을 하더라도 눈 때문에 읍내에 나갈 수 없는데 무엇으로 아이들을 먹일까, 마음이 어려워졌습니다. 독신자 숙소로 돌아가 냉장고와 베란다를 뒤적였습니다. 그 때 베란다 한 켠에 있던 고구마 한 박스를 발견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밥 잘 챙겨먹으라며 보내주신 고구마 한 박스. 망설임 없이 어깨에 메고 들고 나와 군종실로 옮겨두었습니다.

금요일, 그날따라 눈이 많이 와서 제설작업에 전 부대원이 동원되었습니다. 부대에서 회식을 하는 쉼터 공간에도 눈이 가득 쌓였지만, 그곳까지 제설할 여력은 없어보였습니다. 한울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삽 하나 들고 홀로 쉼터의 눈을 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애먼 곳을 제설하시냐며 의아해하는 간부들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작업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쯤 열심히 팠더니 길이 뚫리고 병사들과 모여 앉을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저녁시간, 영내 병사를 모두 모아 한울이 전역 파티를 했습니다. 전역 소감과 평소 하고 싶었던 솔직한 말들을 함께 나누며 울고 웃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 매주, 군고구마 사역은 군종실만의 특별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이 되면 병사들을 모아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열심히 견딘 지난 한 주간을 갈무리했습니다.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심야 눈싸움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수록 많은 병사들이 군종실과 교회의 문턱을 낮게 여기게 되었고, 예배에 출석하는 병사의 수도 많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병사들과의 사이도 더욱 돈독해져, 요즘은 출퇴근 시간 구분 없이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고민을 상담해주며 격오지 생활을 견딥니다. 군선교의 보람과 기쁨이 이런 것임을 조금은 깨닫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불편하고 외로운 섬, 그렇지만 이 울릉도에도 하나님의 사랑은 동일하게 임하심을 느낍니다. 대대급의 조그마한 부대이고, 지금은 부대 내 종교 시설도 없어 외부의 민간 침례교회를 빌려 주일 예배를 드리는 실정이지만, 그 속에서도 주님은 크신 은혜와 사랑을 참 많이도 경험케 하셨습니다. 좋으신 우리 주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립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김경민 목사

 

공군 방공관제사 34전대 8355부대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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