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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도 우리 자녀, 교회가 품어야”유재승 장로, 감동의 필리핀 사역 13년
다문화 자녀는 미래한국 ‘경쟁력’
   
 
   
 

필리핀 불라칸 주립대학(Bulacan State University)은 지난 2003년 한국인 교수가 자원봉사로 참여하면서 놀랍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학 내 ‘국제사회과학재단(IITR=Inter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 Reformation)’이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하는가 싶더니 연이어 ‘동남아 정통성연구소(SEACOM=Southeast Asia Commonality Research Foundation Inc)’, ‘국제다문화교육훈련사관학교(IMETA=International Multiculture & Training Academy)’를 설립했다.

참여 당시 2만 명 수준이던 재학생은 5만 명 넘게 급증. 현재 몰려드는 입학생을 수용하기 위한 캠퍼스 확장과 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학교는 외국인인 그에게 정부로부터 캠퍼스 확장을 위한 부지를 불하 받는 일과 캠퍼스 건립을 위한 모든 책임을 맡겼다. 필리핀 정부 역시 대통령 직속 교포청을 통해 그가 하는 사역을 지원하고 나선 상태다.

필리핀을 변화시킨 한국인

불라칸 주립대학 경영총장 유재승 장로(사진)는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의 초청으로 우연히 시작된 초빙교수 사역이었는데, 현지에서 버려진 듯 살아가는 코피노이들을 고민하는 가운데 일이 커져버렸다”고 했다. 그는 2003년 불라칸 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의 초청을 받아 초빙교수 사역을 시작, 7년 전부터 경영총장으로 학교 운영과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사역 초기 소그룹 성경공부 모임을 운영하고 있던 그는 간호학과 졸업생들이 취업 후 월급으로 200달러도 채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미국은 이미 간호사가 3D 업종으로 인식, 연간 4만 5000달러에서 5만 달러 수준의 급여에도 취업 신청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필리핀으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학생 해외취업 지원과 제자훈련을 전담할 IITR을 설립했다. 영어 등 3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재학생들이라면 얼마든지 미국 내 취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준비과정과 연장 교육을 거쳐 첫 해 150명이 미국 병원에 취업했고, 그 다음해에는 25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월급 200달러도 채 받지 못하던 졸업생들이 연 5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에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400명 수준이던 간호학과 정원은 2000명으로 늘어났다. 제자훈련과 간호사 해외취업 지원으로 시작된 IITR은 현재 불라칸 주립대 졸업생들의 해외취업을 위한 핵심 창구로 자리 잡았다.

버려진 아이들 …“아빠 미워요”

2010년 경 한 여학생이 가슴에 아기를 안고 “아이 아빠를 찾아달라”며 부모님과 함께 그를 찾아왔다. 교환학생으로 다녀간 한국학생이 아이 아버지라는 얘기에 책임감과 분노가 치솟았다. 학적부 확인을 위해 연구실문을 박차고 나갔지만 문 앞에서 “곤란한 일만 겪게 될 것”이라며 그를 막은 사람은 총장이었다. 필리핀 편모하의 한국 혼혈아를 지칭하는 ‘코피노(=Kopinoy)’이 사역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이 아버지를 찾아줄 수 없다는 미안한 마음에 여학생의 분유 값을 지원해 준 다음 달, 여학생은 어린 코피노이를 안고 있는 두 명의 다른 미혼모와 함께 그를 찾아왔다.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매달 그를 찾아오는 미혼모는 30명을 넘어섰다. 분유 값조차 없는 미혼모가 교육을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유 장로는 코피노이 장학금 지원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도움을 받아 대학 인근 지역 코피노이 명단을 전달받은 그는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근 초중고교에만 코피노이 학생이 6000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유 장로는 “코피노이들은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현지에서 조차 ‘어둠의 자식들’로 불리며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코피노이를 키우는 어린 엄마들 중에는 술집에 나가거나 성매매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 시점부터 생겨나기 시작,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의 교육을 받지 못한 코피노이들은 갱단에 가입해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고 여자아이들 대다수는 성매매 유흥시설로 팔려가는 것이 일반”이라며 “자칫 국가적인 반한감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버지 나라가 양육·지원 나설 때”

   
코피노이 모두가 ‘버림받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에 당장 지원에 나서고 싶었지만 모두를 돕는 일이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교수들과 함께 양국의 역사 연구를 진행하며 자존감을 고취시키고, 동시에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필리핀의 청소년과 코피노 청소년의 교육·취업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의 부담감은 ‘동남아 정통성연구소(SEACOM)와 ‘국제다문화교육훈련사관학교(IMETA)’ 설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IMETA는 한국어 검증시험을 통과한 필리핀과 코피노 청소년들의 국내 취업 교육과 지원을 하고, 여기에 검증 가능한 국제학력 취득을 필리핀 교육부가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코피노이 그리고 국내에서는 다문화가정 2세를 각각 20명씩 선발한 뒤 국내에서 선발된 20명은 어머니 국가로, 필리핀에서 선발된 20명은 아버지 국가에서 각각 교육을 받으며 정체성과 자존감을 함께 키우는 일을 IMETA가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녀 ‘코피노이’를 향한 유 장로의 열정은 필리핀의 교육체계 마저 변화시켰다. 초등 6년에 중고 4년 총 10학년제의 필리핀 초중고 교육과정은 한국과 미국 등 OECD 가입국의 12학년제와 달라 해외연수와 취업의 주된 장애로 꼽혔다. 결국 10년 가까운 유 장로의 지속적인 개정 청원에 교육부가 3년 전 교육법을 개정, 올해부터 해외 취업과 유학생을 위한 2년제 시니어하이스쿨을 추가 시행키로 했다.

어느 날 나타난 한국인 교수 덕분에 학교는 앞선 교육과 취업지원, 많은 장학금으로 입소문을 탔고, 넘쳐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캠퍼스 증축사업 역시 유 장로의 몫이 됐다.

유 장로는 “같은 한국인 핏줄임에도 부자나라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편히 사는데, 이 아이들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우리의 자녀들인 코피노이에게 한국어만 가르치면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돼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역시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리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아버지 나라에서 지원은 못할망정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심만 있다면 한국교회 성도 한 가정이 코피노이 두명 씩은 품을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마땅히 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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