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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믿음군선교현장에서 - 장승기 목사
   
 
     
 

지난 5년 동안 제가 보고 경험했던 군목으로서의 시간들은, 우리 군의 많은 아픔과 좌절을 곁에서 보고 같이 아파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2011년 7월 4일, 임관하고 첫 부임지 강화도로 향하던 그 날, 강화도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군종활동이 수도통합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도 제가 부임했던 거의 모든 부대들에서 안타까운 사고들이 매년 이어져왔습니다. 자살로, 작업 중 사고로, 훈련 중 사고로, 우리의 형제들을 떠나보내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많은 아픔을 통감했습니다.

또한 같이 육해공 군종장교로 임관했던 동기들의 많은 사건사고들을 지켜보고 그 어려움들을 전해들으면서, 때로는 실패와 좌절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는 저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임관 첫 해에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복무부적합 판정으로 일찍 군을 떠나게 된 동기도 있었고, 심각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군종활동과 성직 자체에까지 좌절감을 겪은 동기도 보았습니다. 우리 군인들이 겪고 있는 좌절과 실패라는 것은, 믿음이 있는 신앙인들마저도 심지어 성직자들마저도 이렇게나 견디기가 괴롭게 어려운 것인데, 과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좌절을 딛고 일어나 성공하라’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로 좌절하고 있는 것 자체도 너무나 쉽지 않은 것이고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런 좌절과 실패를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기도의 동역자들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마음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여유가 흘러넘쳐서, 양보하고 매너도 발휘하고 하는 그런 낮춤과 섬김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 때문에, 나도 남의 일이라고만은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실패와 좌절에 나도 똑같이 참여하고 내 것도, 내 감정과 내 성품과 내 성공도 똑같이 망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남지도 못하셨고 현명한 사람이라 불리지도 못하셨고 성공적인 인생이 되지도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됨으로써 그 곁의 또 한 사람의 실패자에게는 소중한 위로가 되어주실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같이 십자가에 달렸던 강도에게서부터, 진정한 구원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사회도, 우리 군도, 우리 교회도 모두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니냐, 곧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하고 지금 이곳이 바로 ‘헬조선’이다 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선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정말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이곳에서 필요한 복음은 더 이상 ‘반드시 성공한다. 반드시 승리한다’ 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복음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반드시 성공하고 반드시 승리할 확률은 항상 너무나 낮았고 잔인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기쁜 소식’은 내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같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는 내 옆 사람입니다. 그 아쉬움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또 내 옆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리고 또 그 옆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구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모두 그런 한 사람의 실패자의 마음, 실패의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그런 아쉬움들이 우리의 60만 국군장병 형제자매들과 함께 남아 우리의 군을 조금씩 더 따뜻하게 채워가기를 소망합니다.

 

   
장승기 목사
국군수송사령부 대위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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