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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겸전(文武兼全)군선교현장에서 : 정비호 목사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시며 주신 말씀이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마 10:16)였습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약삭빠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순결함(innocent)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목회자나 선교사도 교회와 선교 현장에서 경험과 연륜이 쌓일수록 전문가로서 인정받지만 그 전문성이 주님께서 말씀하신 ‘순결함’을 팔아치우고 얻은 것이라면 위험합니다. 주님 말씀은 분명히 둘 다 갖추라는 겸전(兼全, and)이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치우침(傾倒, or)으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어느 덧 군 선교 현장에 몸담은 지도 두 해만 지나면 20년이 됩니다. 그 동안 많은 부대, 그 안에 있던 군인교회와 장병들을 만나면서 저는 얼마나 주님의 “지혜와 순결, 둘 다 갖추라”는 말씀에 충실했는지 되돌아봅니다. 한참 부족하고 아직 멀었습니다.

이곳 문무대에 와서도 새롭게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군종장교로 임관하기 전에 훈련받는 곳이기에 군목후보생으로 여기 들어온 후배 목사님들을 보면서 20여 년 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말들로 그들을 다그치면서도 ‘너는 잘하고 있냐?’는 소리를 마음으로부터 듣습니다.

문무대는 육군 장교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군사학교입니다. 2011년에 경기 성남에서 충북 괴산으로 이전했고, 해마다 10,000명 이상을 교육훈련시켜 대한민국 장교를 길러내는 곳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군종목사로 지내다보면 육군 장교들 열 가운데 아홉은 저를 본다는 뜻입니다. 무거운 책임과 사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종사관(목사·신부·법사·교무), 군의(수의)사관, 법무사관(연수원·로스쿨), 전문사관(간호·통역·의정·전산·군악·기행·항공·기무), 학사사관 등 여러 분야의 뛰어난 재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몰려옵니다. 앞으로 군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하나님께서 1만명이나 보내주십니다. 엄청난 숫자입니다. 제가 민간목회를 했다면 어디서 이런 젊은이들 1만명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러니 청년선교가 어렵다고 하는 민간교회들은 군 선교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7~8월에는 학군(ROTC)장교 후보생들만 8000명이 문무대를 들썩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4000명이 한꺼번에 뜨거운 심장을 울리며 뛰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운이 절로 납니다. 무기력과 의욕상실로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이곳에 오셔서 4000명 젊은이들이 뛰는 모습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젊은 심장들이 뛰는 모습만 지켜봐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칩니다.

맥추감사주일인 7월 첫 주일부터 전국 110개 대학 학군단에서 하계입영훈련을 위해 모인 학군후보생들이 오전에 4학년 1500명, 오후에 3학년 1500명이 예배에 나옵니다. 햄버거와 콜라(설레임) 간식비로만 매주일 1000만원을 훌쩍 넘깁니다. 그 덕분에 롯데리아 괴산점은 매년 전국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관심과 기도,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하는 선교지 중의 선교지가 문무대입니다.

젊은이들이 없고 사람 숫자가 적은 현장도 물론 소중한 선교지입니다. 그러나 청년 선교에 실패하면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여기 문무대에서 전국에서 몰려온 대학생들을 만납니다. 수도권 명문대이든지 이름도 잘 모르는 지방대학이든지 웬만한 대학에는 학군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올해에는 이화여대 학군단이 창설됐는데 여군 장교가 되겠다고 몰려온 여학생들을 제가 최종 면접도 했습니다. 취업난이 심각할수록 장교로 지원하는 대학생들도 늘었고, 이들은 취업 준비에 바빠서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대학 캠퍼스와 군을 연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선교지가 문무대입니다.

소중한 선교지를 찾고 있는 한국 감리교회에 감히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청년 대학생과 군대 모두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선교지가 어디에 있는지, 그것도 병(兵)들을 지휘하고 전역 후에도 각계각층에서 지도력을 나타낼 장교들만 이렇게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일찌감치 문무대 선교에 눈을 뜨시고 집중 후원하시는 광림교회를 비롯한 많은 감리교회들 덕분에, 저는 힘차게 젊은 심장들과 호흡하며 군종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선교 현장은 직접 가서 체험해보지 않으면 그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감리교회가 군 선교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하면서 대한민국 장병들을 품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교회 실정에 맞는 군 선교 현장은 전국 어디에도 있습니다. 작은 중대(포대)급 교회에서부터 교회조차 세워지지 않은 전·후방 부대들에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외면하고, 그들의 냉담을 품지 못하는 한국 감리교회가 과연 말을 타고 다니며 복음을 전했던 웨슬리 목사님의 선교 후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학생군사학교 돌에 새겨진 ‘문무겸전(文武兼全)’은 교회 울타리 안과 성경 문자에만 집착하는 우리에게 무기를 들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그 선교의 창끝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문무대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비호 목사

육군학생군사학교, 중령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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