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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호 사설

선거법 개정돼야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시비와 논란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선관위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란 의지를 보이지만 현행 선거법에 허점이 많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한 관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자체에 불만을 갖지만 현재 벌어지는 시비들은 어쩌면 선거법이 개정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교훈 삼아 다음 입법의회에서 선거법을 바르게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장은 선거 기간이 너무 짧아 일부에서 요구하는 후보자 자격 검증이나 정책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재고해야 한다. 선거기간을 짧게 해서 선거 과열을 방지하려 한 것이라면, 후보 예정자들이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벌이는 오늘의 모습에서 이미 그런 의도는 실패한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2년 전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재 선거법이 정한 일정대로라면 정책 발표회는커녕 후보 등록과 자격 검증, 선거 공보 제작 및 발송, 투표소 공지 등 꼭 필요한 절차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하기 벅차다. 상설기구로 운영되지 않은 선관위가 후보도 등록하기 전에 발표회 등을 준비하거나 불법 감시에 나서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해외 선교사에 대한 우편 투표도 짧은 선거기간과 현재 선관위의 활동 범위 등을 감안하면 선거권자의 권리 보장 측면보다는 부정 시비 등 말썽의 소지가 더 부각될지 모른다. 우편 투표 대상자가 400명이 넘어 자칫하다가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까지 불러올 위험성이 있어 선관위가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점검해 나가야 할 숙제가 됐다.  
이런 문제들은 선거 기간이 조금만 늘어나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기간을 늘리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바른 선거를 위해 더 많은 검증과 토론이 필요하다면 선거기간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고, 반대로 현재가 좋다는 공감대가 확실하다면 과거 선거 일정에 맞춰져 있어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세부적인 절차들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차제에 선거운동에 대한 애매한 기준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변칙 선거운동이나 실체가 불분명한 외부 단체 개입으로 구설에 오르는 여론 조사는 현행 선거법상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고 다른 후보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명백한 규제 조항이 없고 사실상 규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도 인정된다. 따라서 선관위의 적극적 개입으로 이를 규제하든지 아니면 규제의 틀을 풀어 다른 후보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태료 소동 유감

소크라테스가 자신에게 내려진 부당한 사형 선고에 저항하지 않고 독배를 받아들였다. 잘못된 법의 판결이지만 그대로 수용한 소크라테스. 후세의 학자는 그 상황을 해석하면서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첨가했고,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한 말처럼 와전되면서 한 때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의미로 널리 사용됐다. 
소크라테스의 행동에 대해 구스타프 라드부르흐 같은 실정법 학자들은 ‘법의 안정성’을 위해 그가 순교했다고 해석하는가 하면 노암 촘스키 같은 사회 운동가는 미국의 시민불복종 운동이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악법에는 복종하지 않으나 그 형벌은 감수하는 도덕적인 태도를 견지한다고 해석해 냈다.
어떤 해석이 더 마음에 드는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소크라테스의 행동에서 “부정의(不正義)를 부정의(不正義)로 갚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교회협과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과태료 소동은 그런 의미에서 씁쓸함을 갖게 한다.  통일부는 지난 6월 중국 심양에서 북한교회 대표단을 만난 교회협 대표 11명에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 각각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다. 쉽게 말해서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 사람을 만나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이미 4월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교회협 관계자 5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해 소동이 벌어진 일이 있는데, 또다시 같은 일이 재발한 셈이다. 그런데 통일부는 불가피했던 상황을 감안한다면서 오는 11월까지 과태료 처분을 유예하는 대신 관련 법령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해와 교회협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회협은 이런 유예 조치가 올해 안으로 예정된 또 다른 남북 만남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 여기는 모양이다.
일단은 한국 교회의 꾸준한 남북 교류와 협력 노력을 정부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북한의 무모한 핵도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대치국면이 이어지는 현실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종교계와 같은 민간단체의 교류와 협력 채널까지 막으려는 것은 지나치다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협의 태도를 지지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남북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굳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지혜롭다는 생각이다.    
문제가 된 법규도 그 자체가 잘못된 법이 아니라면 과태료 부과에 반발하기보다 차라리 통일과 평화를 위해 과태료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연함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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