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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공간군선교현장에서 - 이성호 목사
   
 
     
 

부대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병사 중 하나가 희귀한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예하부대에 속한, 얼굴도 알지 못하는 병사였지만 한창 미래가 촉망되는 청년 시기에 선고받은 특별한 병이기에 그 마음이 얼마나 힘겨울지, 또 자식의 생사 앞에서 그 부모님은 얼마나 안타까워 할지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더욱 안쓰러웠던 것은 희귀한 병인 탓에 보험적용도 되질 않아 한 달 치료비가 200만원이 넘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재정적인 부담까지 안게 되었습니다.

부대에서는 계급별로 간부들이 십시일반 청년을 위해 작은 마음을 모았습니다. 헌데 설상가상으로 그 즈음 다른 부대원 하나도 백혈병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부사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군종참모부에서도 기독교, 불교, 천주교에서 조금씩 마음을 모아서 병사를 돕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동료를 돕는 취지는 좋지만 이미 얼마 전에 부활절 헌금을 드렸고, 부대에서 개인별로도 이미 마음을 모았는데, 교회에서 또 다시 모금을 하자고 하면 교회 성도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인간적인 우려였습니다.

최근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들, 또 눈에 보이듯 빤한 군인 월급이기에 ‘혹여나 믿음 약한 성도들이나 병사들에게 헌금을 재차 요청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목회적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대원의 딱한 사정을 알기에 그 사정을 설명하고, 그리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한 번 더 헌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인간적 생각과 판단과 계획을 뛰어넘는 분이셨습니다. 어느 날 군인교회 여선교회에서 병사들의 딱한 마음을 생각하며 바자회를 하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습니다. 돈가스를 손수 만들어 수입금 전액으로 병사들을 돕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부대원을 돕고자하는 목사의 마음을 헤아리는 성도들이 고마웠지만 또 한편, 우리 성도들이 너무 고생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앞섰습니다.

그러한 우려도 잠깐, 교회 안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교회 교육관에서 열심히 바자회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들 중에 교회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얼굴이 보였습니다. 이웃 법당과 성당에서 좋은 취지의 교회 소식을 듣고 함께 돕고자 자원봉사를 자처한 것입니다. 지휘관이나 주요 참모들이 교회에 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눈치 볼 필요도 없었을 텐데, 각자의 종교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어려운 부대원을 위해 함께 시간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으는 하나 된 모습에 괜히 더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상급부대인 군단 비서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입니다. 멀리 군단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군단장님을 비롯해 군단교회에서 이 사업에 동참하겠다고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더욱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도움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사단교회에서 선교비를 지원하는 한 대대교회에서 사단교회의 소식을 듣고 거꾸로 목회자와 지휘관, 그리고 병사들이 마음을 모아 어려운 부대원을 돕는데 보태 달라고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액수를 넘어 사랑 어린 그 마음과 섬김이 가슴으로 전해져왔습니다 .

결국 430여 만 원이라는 헌금과 사업순이익이 모아져 두 병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특별병동에 있던 병사를 만나 격려하고, 치유를 바라는 기도 속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일의 진행과정을 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 생각과 판단과 계획이 하나님께서 친히 하실 일들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군종목사는 그저 하나님이 보내신 군이라는 선교지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공간’을 만들어드리는 사람입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때론 염려가 앞서기도 하지만 하나님께 맡길 때 그분이 친히 이루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은혜를 목도합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보내신 군이라는 선교지에서 작은 자들을 통해 사회적 성화(聖化)를 이루어 가시는 성령의 이끄심을 기대합니다.            

 

   

이성호 목사

소령 6사단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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