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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호 사설

유권자의 지혜가 필요하다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를 위한 후보 등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후보는 아니지만 이미 출마 예정자들이 감리회 내 각종 모임마다 얼굴을 드러내면서 후보 면면에 대한 긴장감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회 내지는 토론회가 끝내 무산됐다는 점도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향후 4년을 책임질 감리회의 대표를 뽑는 선거, 연회의 행정을 책임질 감독을 선출하는 기회가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아무런 논의 없이 그저 인지도와 경력 확인 정도의 과정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아쉽고 답답할 뿐이며 일부에서 비판하는 ‘깜깜이 선거’라는 말도 일정 부분 공감하게 된다.  

총실위의 경직된 시각도 문제지만, 그에 앞서 입법의회의 겉핥기식 결정이 이같은 상황을 초래했다 보기에 다음에 열릴 입법의회에서 좀 더 심도 있고 현실적인 논의와 선거법 개정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상황이 이렇다 해서 마냥 선관위를 비난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총실위와 선관위가 공개적인 검증과 토론의 자리를 불허한 만큼 유권자들이 한 걸음 더 들어가 후보자의 인품과 비전,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감리회의 미래를 맡길만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감독이나 감독회장 후보로 나선 이들이라면 누구하나 지도자로 부족한 점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릇도 다르고 감리회를 이끌어갈 역량이나 지도력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토리 키 재기 수준에 불과한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지 말고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 미망(迷妄)에 빠진 감리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이 선거권을 가진 목사와 장로들의 책임이자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세간에 화두가 되는 ‘보스와 리더(Boss vs. Leader)’의 차이를 한번쯤 새겨보길 권한다.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어떤 도구로 조직과 현상을 바라볼 것인가의 차이도 그중 하나다. ‘보스’는 돋보기로 조직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반면 ‘리더’는 현재 조직의 제반 모습과 현상을 거울 속에 비친 자기의 모습이라 인식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기관 그리고 정부조직의 리더십 위치에 있는 분들 중 상당수가 ‘리더의 거울’을 갖지 못하고, ‘보스의 돋보기’를 지니고 있다 한다. 대통령부터가 시국의 혼란을 ‘누구 탓’으로 일관하고 있고, 재벌 기업의 경영자들은 스스로는 횡령과 배임을 일삼으면서 업무 비리, 태만 등을 문제 삼아 조직 구성원을 구조조정으로 내모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런 비판에서 오늘의 교회가 자유롭지 못함은 물론이다. 그래도 현재를 탓하기보다 다음의 선택을 신중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달 후 감리회가 선택한 차기 지도자들은 ‘보스’라기보다 ‘리더’이기를 바란다. 성경적으로 말하면 섬김 받는 보스가 아니라 섬기는 리더가 이번 선거에서 많이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직무대행 짧을수록 좋다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 속에 공전하던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사회 사태가 일단 수습의 가닥을 찾은 모양이다. 일단은 이사회가 열린 것만으로도 성과라 할 수 있고, 해법을 못 찾던 총장 선출을 유보하고 직무대행을 정한 것도 더 이상의 파국을 피하려는 양측의 지혜가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직무대행이라는 호칭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번 결과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직무대행은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가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때 감리회 본부에는 감독회장부터 각국 총무까지 직무대행 으로만 가득 찬 적이 있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본부가 운영됐다고 여기는 이가 있다면 표피적이고 근시안적 평가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직무대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직의 업무 피로도는 높아지고, 활동 기능은 마비돼 가며 그것을 회복하는 일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감신대의 경우도 총장의 대행기간은 하루라도 빨리 단축돼야 함을 이사회는 명심해야 한다.

10월 초에 차기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는데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이사회를 열어 수습방안을 찾기보다는 이사회 전에 수습방안을 만들어내 그날 이사회에서는 상황을 종식하는 극적인 모습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다양한 지혜를 모아가야 하며 필요하다면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려 모두가 공감하는 틀과 원칙 아래 총장 선출 과정을 다시 밟는 것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주문하자면 총장 선거에 나선 이들도 자기의 이해득실을 떠나 감신대를 사랑하고 감리교회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어느 정도 자기희생을 각오해 줘야 한다. 총장 선거에 나선 것이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니라 감신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십자가를 지겠다고 나선 것이 진심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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