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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호 사설

상농(上農)의 마음 담은 목회계획

농사 속담에 ‘상농(上農)은 땅을 가꾸고, 중농(中農)은 곡식을 가꾸고, 하농(下農)은 잡초를 가꾼다’는 말이 있다. 농사의 기본은 땅으로, 그 땅을 잘 가꾸는 자가 진정한 농부라는 말이다.
땅에는 한계가 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그럴듯한 구호에 선동되어 조금 더 소득을 얻기 위해 땅을 착취하면 지금은 이득인 것 같지만 그 땅의 지력(地力)을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결과적으로는 손해인 것이다.

목회도 농사와 같을 것이다. 교회건물을 키우고 교인 수를 늘리는 목회자를 상농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목회에서의 상농은 땅이 되는 교인들을 잘 가꾸는 목회자일 것이다. 땅을 가꾸는 데는 소홀하면서 열매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자신의 수고도 없이 남이 소중히 가꾸어 놓은 열매를 취하려고 하는 것은 온전한 목회자의 자세가 아니다.

한국교회의 초창기 신앙의 선조들은 땅을 가꾸는 일에 열심이었고, 그 땅에서 한국근대사를 이끈 위대한 인물들이 나왔다. 오늘날에도 한국교회는 열심히 땅을 가꾸어야 한다. 땅을 가꾸는 수고도 없이 선조들이 심고 땀 흘려 가꾸어 놓은 열매만을 따먹는 재미에만 심취되어 다음세대를 위해 심지도 가꾸지도 않는다면 이는 목회자의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가 종교시장에 내던져져 서로 경쟁하며 교세를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모두가 하나님의 몸 된 교회에 등급을 매기고 큰 교회는 좋은 교회, 작은 교회는 뭔가 문제 있는 교회 등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결국 종교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지 않으면 소규모 공동체들은 무너지고, 자금과 건물을 동원해 현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규모 공동체들은 여전히 호가를 구가하고 있다. 각박한 생존을 위한 경쟁만 있을 뿐 신성하고 거룩해야 할 교회의 가치와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 적당이라는 말은 대충과는 다르다. 양이나 질에 있어서 알맞다는 말이다. 알맞으면 되는 것이다. 나무는 정직해서 위로 자라난 높이만큼 적당히 뿌리를 뻗는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바람에 넘어진다. 발에 흔히 밟히는 민들레도 땅속에서 물을 찾을 수 없을 땐 스스로 자라기를 멈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자신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생존방법을 체득한 것이다. 한국교회도 이즈음에서 적당히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10개 연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2017년도 목회계획세미나가 열렸다. 목회자들에게 이 가을은 내년도 목회를 준비하기 위한 숙고의 기간이다.
바라기는 내년도 목회를 준비함에 있어 더 많은 열매를 얻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땅이 되는 교인들을 어떻게 잘 양육해 성화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자로 양육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담긴 목회계획들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또한 성도들의 삶의 방향이 언제나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하나님께 방향을 맞추어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계획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가 열매 취하기를 즐겨하며 그 맛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이 가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밭을 잘 가꾸는 상농 목회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선진 사회로의 디딤돌 되길

법 시행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 발효됐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관·교육기관·언론계 종사자와 배우자까지 400만 명이나 된다.
이 법은 충격 요법을 써서라도 국가 윤리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만들었는데, 국민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해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그것이 누적돼 인식과 관행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게 한다는 취지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역할과 경제규모에 비해 사회적 신뢰나 수준이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부패와 부정, 편법과 특혜 등이 일상화되고 실력과 성실보다는 연줄과 정실이 앞서는 연고주의를 털어내지 않는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결국은 피해자가 되며 청렴사회를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이 이 법에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시행되었지만 곳곳에 혼란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집행 초기부터 여러 혼선과 시행착오가 빚어지고 있다. 직무 관련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3·5·10 규정(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적용 기준, 대가성의 범위에 대한 규정 등 불확실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수없이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관행들을 김영란법의 24개 조항을 갖고 규율할 때 부작용과 무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으며,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과도 충돌하는 부분들도 수없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자체를 부정하거나 불평할 것이 아니라 추후 법을 보완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법으로 완성시켜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바라기는 이 법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국민 의식과 사회관행을 끌어올려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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