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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호 사설

청지기는 심판대를 바라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꼽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지난 19일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학내분규 84일 만이다. 학교법인 이화학당도 21일 이사회를 열어 최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차기 총장 선출절차에 돌입했다.

이화여대 총장은 이사회가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를 구성한 뒤 총장선출 방식을 정한다. 총추위가 총장후보자 중 3명을 선정하면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한다. 사실상 총장 선출의 최종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과 교수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최소 총추위 구성단계부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이화학당은 1886년 미국 북감리회 선교사인 스크랜턴 여사가 설립한 이후 우리나라 여성인재 배출의 산실 역할을 해 왔다. 설립 이후 기독교대한감리회 유관기관으로 운영돼 오던 이화학당은 1964년 재단법인 감리학원에서 학교법인 이화학당으로 조직변경 등기를 하는가 싶더니 1975년 박정희 정부의 사립학교 정관 개정안에 따라 이사장 선출 방식을 호선제로 바꿨다. 이후 독립적으로 이사를 선출하기 시작한 이사회는 감리교회에서 파송하는 이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법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8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 중에도 목회자나 신학자, 교단 관계자 등 감리교회가 파송한 인사는 없다. 1975년 사립학교 정관 개정 당시 모든 기독교사학들이 이대처럼 교단파송이사를 거부한 채 이사 호선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학교와 이사들은 교단에서 파송된 이사회를 사수하거나 개정안을 수용하되 자격을 갖춘 이사를 교단에서 파송할 것을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설립이념을 지켰고, 교단은 하나님으로부터 위탁받은 재산을 지켜야할 책무를 다했다. 결국 이화여대는 감리회에서 파송하는 이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사립학교 개정안에서 찾았다고 봐야하고, 기독교정신을 잃었다는 오늘날의 평가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감리회는 이대 사태를 바라보며 운영상 책임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기보다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외부 파송 이사들과 기관 운영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청지기일 뿐이며,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그날 모든 것을 심판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제사보다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일이 먼저다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김영식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김모 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2004년 이후 십여 차례 있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납세와 교육, 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는 헌법 제 39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대한국민의 의무이다. 6·25 전쟁 이후 1만 8000명 가량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로 징역형을 받았다. 현혁 입영 또는 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현행 병역법 88조가 헌법을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1988년 설립 이래 4차례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판사가 재판을 함에 있어 헌법 제 103조가 ‘양심에 따른 독립적 심판’을 보장하고 있지만, 똑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받는데 어떤 법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진다면 재판을 공의(公義)롭다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휴전 결정 이후 63년 째 남북이 대치중인 한반도 상황은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최고의 긴장상태에 있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채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기피를 인정 하게 된다면 예외적 남발을 막을 길이다. 판사는 개인적 가치관을 무시한 채 공평무사(公平無私)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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