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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군선교현장에서 - 이동호 목사
   
 
     
 

요즘들어 전투복이든, 정복이든 군복을 입고 부대 밖으로 나오게 되면 “거기가 어느 부대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합니다. 어깨에 붙어 있는 부대 마크를 봐도 어느 부대인지 잘 모르겠다는 뜻이지요. 이전에 쓰던 부대 마크가 지금의 형태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반응이긴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75사단”이라고 대답하면, 역시 둘 중 한 가지 대답이 나옵니다. “아, 75사단!” 아니면 “75사단? 75사단이 어디죠?” 창설 이래 한 지역에, 그것도 제법 큰 도시에 계속 주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부대인 모양입니다.

이곳에서의 군종활동 역시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몇 달 전, 한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거기 있으면서 평소에는 뭐 해요?” 사실 특별한 질문도 아닌데, 대답하기 참 난감하더군요. 후방 동원사단이다 보니 최근 군종병과 차원에서 강조하는 격오지 종교 활동 및 선도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도 없는 일이고, 초급간부 대상 프로그램 역시 대상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시행하긴 하되 딱히 내세울 처지도 못 됩니다. 처음 몇 달간은 그저 전임 목사님으로부터 인계받은 일들만 묵묵히 해 나갈 뿐이었지요. 특히, 전임 목사님의 선례를 따라 특수근무자 격려활동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여기보다 힘든 부대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렇게 자주 다녀야 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 동안 계속 특수근무자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그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곳의 수송부는 제가 거쳐 온 그 어떤 부대보다도 많은 차량을 운용하는 곳으로, 저의 안전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먹을 것도 많은데 굳이 위문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식당 취사병들은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밤 21시에 퇴근할 때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야말로 중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부대에서는 굳이 찾아갈 생각도 안 했던 영선반은 자잘한 공사들과 각종 작업에 불려 다니느라 쉴 틈도 없었습니다. 사단의 얼굴이라고 할 만한 경비소대 형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야 치킨이나 피자, 빵, 음료수 등을 사들고 가지만, 먹을 것보다도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필요로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어찌나 부끄럽던지!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그 얼굴들이 계속 생각나서 도저히 안 가고는 못 배길 정도가 되었고, 결국 월 6회의 특수근무자 격려방문은 제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야간근무자 위문도 시작했습니다. 수요예배가 끝난 후, 밤 22시가 되면 군종병과 둘이서 초소 근무자들과 당직 근무자들을 찾아다닙니다. 위문품이라고 해 봐야 팩음료수 1개에 초코파이 1개. 다닐 곳이 워낙 많다 보니 위문품만 겨우 전달하고 돌아올 때도 많지만, 지치고 피곤한 시간에 목사가 힘내라고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 뿌듯한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특수근무자들과 야간근무자들을 이만큼 부지런히 찾아다닌 것도 참 오래간만인 것 같습니다. 군 생활 초기, GOP 철책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위문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만일 누군가가 전방부대도 아닌데 뭘 그렇게 자주 다니느냐고 묻는다면, 산악인 말로리의 말을 빌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냥, 그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일, 거창한 일이 아닐지라도,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냥 그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 주고, 기도해 주고, 보듬어 주는 그것이야말로 제가 이 부대에 있는 동안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제 보잘것없는 발걸음을 통해, 주님의 사랑이 그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이동호 목사
75사단 소령(진)

 

 

   
 

 

신동명 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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