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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호 사설

촛불을 들었다면,
금식하며 기도해야한다

지난 12일 100만명(경찰추산 26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과 주변인에 대한 분노는 특정 계층과 연령에 국한되지 않았다. 부모님의 품에 안긴 갓난아이와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부터 중고생을 포함한 남녀노소 모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정농단에 대한 진실 규명과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청와대를 향한 집회 참가자들의 외침에는 국민적 배신감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절제와 질서는 무너지지 않았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주변을 정리하는 성숙함 까지 있었다. 성숙한 국민들 앞에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은 언행을 넘어 진정한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 안보라인까지 손 놓고 있는 현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은 성숙함 보다 여론에 기생하려고만 하는 저급한 정치몰이배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의혹만을 부풀리기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 전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동시에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명확한 정국 수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엄중한 국제정치와 경제위기, 일촉즉발의 대북위기와 국민경제 등 지금의 대한민국은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청와대만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혼란한 정국 속에서 여론을 부추기거나 여론에 편승하려는 행태와 부정한 관계의 카르텔, 당리당략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

감리회 역시 지난 14일 시국선언문과 함께 오는 20일 주일부터 대한민국을 위한 금식기도주간을 선포했다. 이 선언은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는 대통령과 여야정치인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을 향한 감리회 150만 성도들의 염원인 동시에 촛불을 드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 촛불의 대상이 내가 되지 않도록 금식하며 엎드려 기도하겠다는 결단이다. 지금의 촛불 정국은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만의 문제가 아닌 정의를 상실한 모두가 제3의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비선실세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하나님의 음성이기 때문이다.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는 주님의 뜻이 이 땅 위에 이루어지려면 40년 넘게 비선실세도 아닌 그 언저리에서 사리사욕을 추구해 온 흑역사의 고리를 끊고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의’로 덧입겠다는 결단의 발버둥을 시작해야 한다. 과정이 없는 개혁은 실현이 불가능한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韓·美 교회의 고민 다르지 않다


미국 대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결과의 뒤에는 공화당의 주요 기반인 보수 기독교복음주의자들의 선택이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선 한 달 전 퓨리서치 센터는 백인 복음주의자 가운데 4분의 3 가량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그들이 힐러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종교적 진보와 보수는 낙태에 대한 입장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태에 대해 반대 입장이면 보수, 유연한 입장이면 진보로 구분된다. 그래서 낙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 여부에 관건이 된다는 얘기다. 대표적 대법원 판례가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Roe v. Wade)이다. 미국 사법 판결 역사상 가장 논쟁이 됐고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 판결은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고 그때까지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 시행되던 낙태 금지 또는 제한 법률이 모두 폐지됐다. 낙태와 관련된 미국의 모든 정책이나 규제에 있어서 대법원 판결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고, 보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가 미국 대법관에 보수 인사를 지명하겠다고 한 약속만을 기억했다.

세 번이나 결혼하고도 결혼한 여성을 유혹하려 했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하면 장애가 있는 기자를 조롱하는 트럼프를 위해 “우리는 완벽한 후보를 절대 가질 수 없다”며 옹호했던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선택은 세계정세의 급변을 불러 왔다. 믿음을 이야기 하며 보혁의 가치로 지도자를 선택한 보수 기독교인들의 선택을 보면 미국교회의 고민과 한국교회의 고민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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