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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호 사설

한국교회, 이제는 진짜는 내어 놓을 때다

1973년, 계룡산 주변에 산재한 신흥종교 문제를 파고들던 고 탁명환 소장이 대전일보에 실린 광고를 보고 대전 보문산 골짜기(대사동 196)에 있던 감나무집을 직접 찾아갔을 당시 최태민의 이름은 ‘원자경’이었다. 원자경이 살던 감나무집의 벽에는 둥근 원이 색색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원자경은 그걸 응시하며 ‘나무자비 조화불’이란 주문을 계속 외우면 만병통치는 물론이고 도통의 경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후 원자경은 거처를 대전시 선화1동사무소 앞으로 옮겨 ‘영세계 칙사관’이란 간판을 내걸고 자신이 영의 세계에서 온 칙사라고 주장했다. 이때만 해도 그에게는 ‘목사’라는 직함이 없었다. 탁 소장은 대전 시내로 옮긴 원자경의 거처에도 수차례 찾아갔는데, 잡신을 섬기는 무당이 원자경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벌벌 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만난 무당도 그에게 절을 하고, 그의 치료를 받으면 신기(神氣)가 떨어져 무당업을 폐업하고야 만다고 했다. 탁 소장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의 역사와는 다르지만 그에게 소위 ‘영력(靈力)’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국이 유신체제로 접어들었을 무렵 1975년 교계 신문에는 일제히 ‘대한구국십자군’ 기사가 실렸고 총재의 이름은 ‘최태민(崔太敏)’이었다. 최태민으로 신분을 세탁한 원자경은 탁 소장에게 “지금은 박 대통령의 영애 근혜양과 함께 일한다. 청와대를 무단출입한다”고 했다. 무당 대신 목사 직함도 쓰고 있었다. 최태민은 자신이 무당 원자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탁 소장을 매우 불편해 했고, 어느 날 목사 두 명을 대동하고 탁 소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탁 소장은 최태민에게 목사직을 사퇴하고 평신도로 돌아갈 것과 칙사론 교리의 주장을 중단할 것. 그리고 평신도로서 교회에 출석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자 최태민과 동행한 목사 중 한 사람이 “탁 소장! 지금 이분이 어떤 분이시라고? 그런 식으로 하면 탁 소장 신상에 좋지 않아요”라며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탁 소장은 “진짜 목사가 가짜 목사를 비호하고 두둔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당시 ‘가짜 목사’ 최태민 주위에는 유신 치하에서 권력에 편승하려는 ‘진짜 목사’들도 적잖이 있었음을 기록에 남겼다.

1988년 당시 탁 소장이 최태민과 구국선교단, 구국십자군을 해부한 기록이지만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은 당시와 다르지 않다. 과거 이단 사이비가 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가짜 목사의 탈을 쓰고 한국교회에 파고들었다면, 오히려 현대에는 권력에 편승하려는 일부 목사와 성도들이 ‘가짜’에 편승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재림주라고 주장하는 이단사이비 교주가 40여 명, 이단사이비에 빠져 활동하는 신도 수가 200만 여명, 이단사이비 단체 수만 해도 200여 개에 이른다. 심각한 문제는 이단사이비들이 한국교회 성도들을 미혹하여 덩치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10년 동안 100만 여명의 성도수가 감소했다. 반면 이단사이비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포교대상으로 삼아 신도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단사이비들은 수많은 전략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을 빼내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별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온 나라가 최순실과 대통령의 게이트에 빠져있다 해도 한국교회는 어두운 역사를 되짚지 않겠다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가짜’가 활개 치는 가운데 ‘진짜’를 내어놓지 못하는 교회가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합 주장에 앞서 화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가 예정대로 지난 16일 통합추진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한교연 정기총회 전인 11월 30일 까지 통합을 선언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표 바로 다음날인 17일, 한교연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방식의 통합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교연 한기총 통합 제반문제를 9인 위원회가 논의한다고 발표해 놓고, 이미 정해놓은 7인 위원을 포함해 발표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며 이후 다시 의논할 줄 알았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로드맵을 발표했다는 것이 이유다. 기구 통합을 하겠다면서 몇 명의 위원 간에도 대화와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는 모습은 4년 전 분열 당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회협 역시 오는 28일 열리는 제65회 정기총회 현장에서 지난 1년간 교회협의 발전과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준비한 개혁안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1년 간 개혁과 발전을 위해 고민했다는 교회협이 총무의 정년을 연장하는 안건을 상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현 총무의 연임과정과 산하 기관의 총무인선 과정에서 정년규정이 문제됐던 것을 기억하는 이라면 더욱이 시대적 요구에 따른 정년 연장으로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이 진리 중에 진리라는 사실은 여실히 증명돼 왔다. 이념을 초월해 교회협과 한교연·한기총이 한국교회의 공(公)기관임을 자임한다면, 모든 결정 가운데 우리 모두는 청기기 일 뿐 하나님만이 주인이라는 신앙 고백과 한국교회를 향한 섬김의 자세가 드러나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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