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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장로의 추억 속 ‘성탄절 새벽송’
기고 - 박길주 장로
2016년 12월 07일 (수) 14:08:41 신동명 편집부장 journalist.shin@gmail.com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설레며 기다리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 교회의 성탄절이다.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지만 1970년대 초 우리교회는 예배 때 마다 성도들이 약 35평 남짓한 아담한 돌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당시 주보를 보면 유년부가 남자 38명에 여자 39명이었고, 중·고등부가 남자 10명에 여자 11명, 청년부가 남자 5명에 여자 7명 이었다. 전체 출석규모는 주일 낮 예배 99명(남자 32명, 여자 67명), 저녁예배 96명(남자 30명, 여자66명), 삼일기도회 95명(남자 31명, 여자 64명)이었다. 장년 성도 출석 규모는 지금 보다 적었지만 은혜로운 것은 주일 낮과 저녁예배, 삼일예배에 모이는 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때는 예배란 예배는 가리지 않고 다들 열심히 모였다.

성탄절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오면 교육부장 권사님이 동방박사 세 사람 그림을 멋지게 그리셔서 십자가 좌우에 붙여 놓으시면서 성탄절 분위기를 띄우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성탄절을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들은 선생님의 지도하에 합창과 중창, 율동, 연극 등을 나누어 준비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은 몇 가지씩 준비하기위해 매우 바빴다.

성탄절 전야가 돌아오면 손꼽아 기다리던 성탄축하 행사가 시작됐다. 인사말에 이어 각 부서와 학생, 어른 모두는 각자의 장기를 펼치며 온 성도들 앞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마음껏 펼쳤다. 많은 준비를 했어도 틀리거나 공연 중간에 잊어버려서 당황해 하거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어른들은 귀엽다며 웃고 박수를 쳐 주시며 격려해 주셨다. 아이들이 연극 연습에 빠져 있을 시간, 권사님 한 분이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나타나셨다. 학생들은 올해는 산타할아버지로 변장했는지 서로 알아 맞혀 보자며 웃고 재잘거렸다.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하신 권사님은 혹여 아이들이 알아볼까 목소리와 걸음걸이를 바꿔가며 애를 쓰지만 결국 얼마 가지 않아 목소리를 알아본 아이들에게 신분이 노출되고 말았다. 산타할아버지는 흰 수염을 붙이고 나와서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셨다.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일 년 중 가장 기다려 왔던 시간이었다. 행사가 끝나면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남아 있는 중·고등부 학생들과 청년들은 새벽 송 시간을 기다리며 예물 교환과 게임을 하는 등 교제를 나누었다. 매년 빠지지 않았던 예물교환 시간,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모두들 정성껏 예쁘게 포장을 한 선물에 받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학생들이 새벽송을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른들은 속회별로 나뉘어 학생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해 오셨다. 어떤 속회는 시루떡을 또 다른 속회는 송편과 식혜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오셨고, 교회 문 사이로 간식들이 보일 때면 40명이 넘는 학생과 청년들이 탄성을 지르며 꿀맛같이 맛있게 받아먹었다. 사랑과 정성 넘치는 간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학생과 청년들은 새벽송 순례에 나섰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들 밖에 한 밤중에’ ‘우리 구주 나신 날’ 같은 찬송을 부르며 말이다. 조원들 중 뽑힌 조장은 성경을 암송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준비가 끝난 모두는 교회 앞에 모여 찬양을 한 뒤 조장의 말씀 낭독에 이어 목청껏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새벽송의 처음은 목사님 댁 앞이었다. 찬송을 한 뒤 조장의 성구 낭독이 끝나면 “메리크리스마스! 목사님,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쳤다.

전기가 없던 그 때는 어두운 밤길이었다. 그 때는 눈이 밝았고, 땅에 쌓인 하얀 눈빛과 하늘에 떠 있는 달빛도 있어서 걸을 만 했고 참 다행이었다. 성도들의 가정에 도착하면, 우리를 밤새 기다린 ‘성탄등’이 외롭게 졸고 있다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줬다. 문 앞에서 성탄송을 부를때면 ‘삐거덕’ 문을 열고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반가움에 우리는 찬송을 한 번 더 불러 드렸다.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라고 외치는 조장의 선창 후에 모두는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며 축복했다. 어른들은 고맙다고 하시며 십여 일 전 장에서 사다두신 커다란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자루에 ‘푹~’ 집어 넣어주셨다. 새벽송이 거듭될수록 무거워지는 산타 자루에 자루를 멘 아이의 이마엔 땀방울이 떨어져도 즐겁게 마을을 돌아다녔다. 맡은 구역을 다 돌은 아이들은 교회로 다시 모였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주실 선물을 분류해서 성탄절 아침을 준비하신다. 새벽송을 돌고 난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거나 교회에 남아 잠을 자곤 했다.

성탄절 아침이 되면 “땡땡땡” 탄일종이 12회 울렸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또 “땡땡땡” 계속해서 12회를 거듭했다. 탄일종 소리에 온 성도들과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주민 모두가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성탄절, 가뜩이나 좁은 교회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많은 식사준비로 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어머님들은 “오늘은 아기 예수님도 용서하시겠지?”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성탄 전야부터 시작된 긴 하루가 성탄예배와 뜨끈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일로 끝날 무렵이면 성탄절이 지나는 아쉬움과 고단함 속에 잠이 스르르 밀려와 오후 내내 방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잠을 잤다.

세월이 흘러 은퇴가 가까운 나이가 되어도 성탄절이 그리워지고 새벽송이 그리워지는 것은, 그 날의 성탄축제와 새벽송 순례가 신앙의 기초와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추억을 글로 쓰려니 어느새 그 시절 성탄을 추억하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2016년도 성탄절도 은혜와 감동이 넘쳐나는 성탄절이 되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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