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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대선 보다,
주님 심판이 가깝다
921호 사설

2004년 3월12일 오후,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결된 직후 노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만 유지한 채 사실상 모든 권한을 상실한 ‘식물, 상태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기각 선고가 있던 5월14일까지 63일간의 관저 내 칩거생활 동안 단 4차례의 공식적인 외출 외에 거의 모든 시간을 청와대 안 관저에서 독서와 토론, 산책을 하며 보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의 모든 직무 권한이 정지됐다. 헌법 65조는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박탈된 대통령의 권한은 모두 국무총리에게 자동 위임된다. 국무총리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이 나올 때까지 최대 180일 동안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공무원 임명권 등 법률상 대통령의 권한을 갖고 국정운영을 총괄한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탄핵안 인용(찬성)이라면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만 하기에 총리의 권한은 60일 더 연장된 최장 240일(8개월) 동안 국정을 총괄하게 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 국회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돼도 대통령의 신분은 유지된다. 지금처럼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헌재의 탄핵 심판을 준비할 수 있다. 이 기간 1800만 원 가량의 월급은 그대로 지급되고, 경호 인력 역시 유지된다.

 

 

최장 240일의 기다림
한국교회, 국민들 앞에
예언자적 사명 회복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헌법재판소 심리를 거쳐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판결문에 탄핵을 인용하게 되면 그때부터 박 대통령의 신분은 달라진다. 대통령 신분이 상실되고 ‘대통령 궐위(闕位)’ 상태가 된다. 그럴 경우 헌법 68조 2항에 따라 궐위 60일 이내에 반드시 대선을 치르고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만 한다. 헌재가 180일을 모두 채운 뒤 최종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8개월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국가 혼란과 민심을 고려해 헌재가 예상보다 빨리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잿밥에 눈 먼 듯한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국민들의 기다림의 시간은 실제보다 더욱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기다림의 시간 한국교회는 어떤 자세로 무엇을 해야 할까?

전명구 감독회장이 탄핵안 가결 여부에 앞서 국가와 국민 모두에 대한 상처를 보듬는 일에 감리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며 국난(國難)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해법으로 기도를 제시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기도와 말씀에 의지하기보다 일반적인 권력투쟁에서 사용되는 방법들을 원용해 교파간의 갈등, 타종교와의 세력 확장 싸움에 열을 올려왔고, 반면 정치권력은 한국교회를 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종교가 정치권력 위에 존재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신비주의에 빠지게 되고, 정치권력이 종교의 위에 군림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타락할 수밖에 없다. 종교와 정치권력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 안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립해야하며, 교회는 정치권력에 대해 늘 예언자자적 자세로 존재해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국민들이 숨죽여 지켜볼 180일 또는 240일의 기간 동안 예언자적 사명을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향한 산 믿음은 언제나 대한민국의 국난 상황 속에서 빛을 발했고, 죽은 믿음은 정치권력의 썩은 동화 줄을 잡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빛이 설사 죽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지금 한국교회 앞에는 헌재의 판결과 차기 대선 결과 보다 주님의 심판이 가까이 있음을 기억해야할 때다.

기독교타임즈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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