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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찌르는 송곳 같은 책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지음 | 사계절출판사

오르지 못할 나무를 찍는 열 번의 도끼질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이 재밌다. 책 서두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얻은 단단한 깨달음 하나, 세상은 이야기가 지배한다. 단순한 구조의,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는, 짧은 이야기들. 교훈적인 우화들과 가슴을 적시는 수많은 미화들. 그 이야기들은 너무 쉽게 기억되고 매우 넓게 적용되며 아주 그럴싸해서 끊임없이 세상을 떠돌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바라보는 강력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것이 내가 가끔이지만 꾸준히 우화를 창작하는 이유다.”

그래서 그럴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이 책에 실린 20가지의 우화는 전에 들어 본거 것 같은, 한 번쯤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별로 없다. 가볍게 읽다가 당하게 되는 사고(思考)의 독설(毒舌)들이 많다. 반전과 역설을 통해서 가해지는 뻔한 생각에 대한 일침이라고 할까. 마치 생각의 말랑거리는 부분을 ‘송곳’으로 한방 찔리는 느낌이다.

송곳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지 않은가. 2015년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TV에서 방영되었던 화제작,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의 제목이 ‘송곳’이었다. 공감 가는 많은 명언들을 쏟아내었던 그 드라마.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 듣지” 바로 이 드라마의 원작가가 지금 소개하는 책의 저자 최규석 작가다.

이 책은 맘만 먹으며 30분도 안 걸리고 다 볼 수 있다.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본다는 표현을 한 것은 이 책의 형식이 동화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 동화와 같은 형식으로 20가지의 이야기를 각각 전개시킨다. 글 못지않게 그림으로 표현되어지는 느낌은 매우 강한 주제의 의미를 전달한다. 글과 그림이 서로 어우러져 전해지는 내용은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허를 찌른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는 아주 쉽게 그리고 빠르게 읽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던져주는 생각의 선물은 그리 유쾌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수학 시험을 볼 때 그 문제에 적용되는 공식이 어떤 것인지 찾고, 그 공식을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한 응용문제처럼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의미는 역설의 공식과 반전의 응용을 통해서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가 최규석은 “다만 이 이야기들 중 몇 개만이라도 살아남아 다른 많은 우화들처럼 작자 미상의 이야기로 세상에 떠돌다 적절한 상황에 적절하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소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세상은 모르겠지만, 한번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남아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다가 적절한 순간에 삶의 통찰과 함께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가졌던 삶의 관점, 세상이 우리에게 주입했던 세계관,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생각의 방향이 정말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져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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