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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주님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국 6일만인 19일(현지시각) 숨졌다. 지난해 1월 관광차 북한에 갔던 웜비어는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 설치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해 오다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났다.

북한은 전에도 관광객들의 사소한 행위를 빌미삼아 최소 6년에서 최대 무기까지 중형을 선고해 억류한 뒤 석방을 위한 협상을 요구해왔다. 민간인을 외교의 수단으로 삼아온 것이다.

2012년 입북했다가 웜비어처럼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억류 735일 만에 풀려난 케네스 배는 회고록 ‘잊지 않았다(원제 Not Forgotten:The True Story of My Imprisonment in North Korea)’에서 북한의 감옥을 극심한 고립과 복합적 감정이 지배하는 곳으로 묘사했다. 그에 따르면 처음 4주 동안은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11시까지 심문을 받았고 엄청난 압박 속에서 북한당국자가 요구하는 참회서를 수백 쪽씩 써야 했다. 수용소에서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은 뒤 10시간 넘게 돌과 석탄을 캐거나 날라야 했고,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체중도 27kg이나 줄은 뒤에나 풀려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잔악무도한 북한에는 현재 한국계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고, 우리 국민 6명도 간첩혐의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억류돼 있다. 이들 중 임현수·김동철·김국기 목사, 김정욱·최춘길·김상덕 선교사 6명은 사역 중 억류됐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사진이나 이름이 포함된 물건을 불가침 영역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갓 스무살을 넘긴 호기심 많은 대학생에게 ‘체제전복 혐의’를 덮어씌워 15년의 중형을 선고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만행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들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하고 나섰고, 미 국무부 역시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이 전례 없는 대북제재를 위해 중국까지 끌어들이려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으로 인해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통일안보외교특보의 전략자산 및 한미연합훈련 축소 발언과 인도주의 차원의 민간교류 허용 등은 코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정서와 반대로 우리 정부는 19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한국 방문을 승인했고, 교계에서도 현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속에 방북신청 역시 줄을 잇고 있는 현실 역시 국제사회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웜비어 씨 사망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인권과 인간 존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류 보편의 가치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자국민 생존과 안전 보호는 정부의 최우선 책무”라고 밝혔다. 과부와 고아, 눌린 자를 돌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당연한 책무를 이행함에 있어서도 인권과 인간의 존엄은 존중되어야 한다.

북한에 분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요구하겠다는 정부와 생사를 확인할 길 없는 선교사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앞다퉈 방북신청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교회의 행보가 과연 옳은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천지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세대를 분간하지 못하고, 옳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외식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주님의 지혜뿐이다.

기독교타임즈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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