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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며 산다는 것의 의미김성호 목사(대신교회)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사진·글, Human&Books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가 있다.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공간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좋은 느낌이나 영감을 주는 장소일 수도 있고, 또는 쉼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힐링의 공간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이런 곳 중에 하나가 제주 삼달리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이 찰나(刹那)의 순간에만 허용하는 신비를 필름에 담은 작품들이 모여 있는 갤러리 ‘두모악’. 이 갤러리에 있는 사진들은 모두 사진가 故김영갑 선생의 작품들이다. 제주에 매혹되어 아예 섬에  정착해 살면서 극심한 가난과 철저한 외로움 속에서 오직 사진에만 정직하게 몰입한 그의 작품들은 자연의 내면이며 외로움과 평화의 신비다.

어느 날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며 몸에 통증이 오고, 카메라를 드는 것조차 버겁게 되자 알게 된 ‘루게릭 병’. 병원에서 3년 선고를 받고 6년을 살면서, 그동안 찍은 사진과 글을 정리한 책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다. 그의 사진은 고독하고 절제된 수도(修道)의 결과이며 그가 가진 모든 에너지의 결정체다. 이 책은 마치 삶과 죽음의 중간에서 세상을 보는 초월적 시각과 느낌을 제공한다.

제주의 경이로운 자연을 온몸으로 자유롭게 느끼며 작품 활동 하던 그가 근육이 죽어가는 병으로 점점 몸이 굳어가며, 나중에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상황 속에서 고백하는 삶의 이야기는 평화와 고독 사이의 지혜이며, 이 지혜는 오늘의 내 삶과 내 몸의 의미와 사용법에 대한 철저한 각성을 일으킨다. 그의 사진은 자연과 순간 사이의 신비한 바람(風), 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사진으로 표현한 신기(神技)의 결과물들이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진을 보면 볼수록, 본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며 느끼는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요즘 사람들이 제주를 많이 찾는다. 전에 크게 유행했던 제주 올레길이 그 시작이었다면, 저가 항공의 출현으로 예전보다는 저렴하게 제주도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도 한몫 했다. 무엇보다도 제주의 그 아름다운 자연과 육지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했던 그 느낌들이 많은 사람들을 유혹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에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살린 제주 이야기가 많다.

그 섬에,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했던 사진가 ‘김영갑’이 있었다. 그가 들려주는 삶과 제주와 사진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제주 여행과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철저한 고독과 배고픔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평화와 풍성한 ‘보고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름철 덥고 힘들어서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여의치 않을 때 이 책을 통한 독서 여행을 추천한다.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습관처럼 외우고 있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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