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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바라본 '퀴어축제 반대', 현실과 과제3년째 이어온 한국교회 '맞불 집회', 변화 필요
지난 15일 열린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에 참가한 각 교단 총무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서울광장에서 치러졌다. 건너편인 덕수궁 대한문 앞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중심이 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펼쳐졌고, 거센 비가 내리치는 날씨까지도 지난해와 맞춘 듯 동일한 풍경을 연출했다. 빗속에 촘촘히 붙어 앉아 우산조차 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퀴어축제가 열리는 방향으로 손을 뻗어 기도하는 참석자들의 모습 또한 지난해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인권' 가장한 동성애 '우려'

이날(지난 15일) 반대 집회에서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전명구 감독회장은 “동성애는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으며 한국교회에도 밀려오고 있다”고 경고한 뒤 “퀴어축제는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나 통념에도 맞지 않는 축제이며, 국민적 합의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인 성경의 기준으로 볼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감독회장은 “성경은 분명하게 동성애는 ‘회개하고 용서받아야 할 죄’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이며, 우리가 분명하게 지켜야 될 소중한 가치”라면서 “동성애자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정죄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앞세워 모든 것을 허용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조건 동조해서도 안 된다. 동성애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에 대해 두 가지로 접근할 것을 조언한 그는 의도적으로 동성애를 선택한 자에 대해서는 단호한 책망과 징계, 분명한 대응을 해야 하지만, 내재적으로 동성애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포기하도록 권유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안내해 회개하고 탈동성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당부했다.

대회장을 맡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김선규 총회장은 “동성애자들은 ‘동성애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며 인권으로 위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는 옳고 그름의 윤리적 문제요, 부도덕한 성적 만족 행위이지 결코 인권문제가 아니”라며 “인권운동을 가장해 동성애 조장과 확산을 시도하려는 동성애 퀴어축제에 국민의 이름으로 적극 반대하며, 서울광장을 국제 퀴어축제장으로 굳히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하게 맞서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동성애 폐해’ 홍보 부스 운영 ‘눈길’

1만 명의 성도들은 교단장 등 순서를 맡은 이들이 발언할 때마다 ‘동성애 조장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팻말을 흔들며 “아멘”으로 화답했고, △동성애 조장 반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위해 △나라와 정치지도자를 위해 △한국교회의 회개와 각성을 위해 합심으로 기도했다.

행사를 마친 후 모든 참석자들은 올해 주제인 ‘돌아오라 돌아서자 돌아가자’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앞장세워 대한문 광장을 시작으로 정부서울청사를 돌아 세종문화회관에 이르기까지 행진했고, 특별히 무지개색 현수막을 내걸고 퀴어축제 지지 의사를 표현한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한국만의 건전한 문화와 윤리관을 지킬 수 있도록 동성애를 부추기지 말고, 지금 당장 동성애를 지지하는 만장기를 치워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번 대회에서는 일반 시민, 특별히 청소년과 청년 등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동성애의 위험성과 에이즈의 심각성을 알리는 부스를 마련, 건전한 성문화와 윤리, 생명윤리, 행복한 결혼과 가정문화를 홍보하는 등 기존 대회와의 차별화를 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반대 집회 참석자 대부분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동원된 성도들로 중장년층이 주를 이뤄 한계도 내비쳤다.

보수 한국교회, 젊은세대 ‘외면’

그러나 반대 집회에서는 아쉬움도 뒤따랐다. 이날 예배 순서 중 격려사가 예정돼 있던 한 목회자는 무대에 오르는 대신 이번 행사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자신의 사연이 담긴 홍보 영상물을 상영해 참석자들의 불만을 샀고, 2부 순서로 진행된 국민대회에는 청소년들이 나와 대중가요에 춤을 추고 이에 진행자는 “우리가 더 잘놀 수 있다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주자”라고 호응을 유도하는 등 다소 본질과 동떨어진 장면도 눈에 띄어 한국교회가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목적을 흐리게 만들었다.

또한 주최 측은 최근 한국교회가 대형 집회를 열 때마다 잇따랐던 보수 단체와의 연관성을 의식한 듯 수시로 참석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반대 집회 직후 같은 장소에서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행사 전부터 태극기 집회와의 관련성이 우려됐던 상황. 주최 측은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행진의 종료 지점을 당초 대한문 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변경하고 “정치 집회와 섞일 수 있는 만큼 여기서 마무리하겠다”며 해산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날 행사 도중에도 어김없이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달린 깃발이 휘날리는 등 오해를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편 한국교회는 2015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맞서 반대 기도회를 열어왔다. 과거 대학로나 신촌, 이태원 등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축제가 진행될 당시에도 한국교회는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나 2년 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로 확대되면서 위기감이 커지자 본격적으로 맞불집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일부 기독교인 및 단체가 성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퀴어축제를 방해해 언론과 SNS 상에서 질타를 받았고, 이는 세상으로부터 한국교회가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혐오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춰진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물리적 충돌을 경계하는 등 동성애 축제를 반대하되, 방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자유와 인권을 내세운 퀴어문화축제에 맞불집회를 벌인 지난 3년의 시간동안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기독교는 언제부턴가 보수의 상징이 돼버렸고, 실제로 이날 양쪽 행사장과 연결된 시청역에서 젊은이들은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쪽 출구로, 중장년층은 반대 집회가 열리는 대한문 쪽 출구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치 탄핵 정국에서 목격된 세대 간 갈라진 이념 대립의 모습이 재연된 듯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내년에도 한국교회의 맞불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과는 정작 동떨어진 목소리만 외치는 형국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보다 전향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정원희 기자  whjung@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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