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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병듦, 늙어가는 부모와 함께한다는 것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한국경제신문, 1만 4000원

아직 환갑도 넘지 않은 부모님을 이따금 바라볼 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만약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거나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을 앓아 나를 기억 못하면 얼마나 슬플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혹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잊어버린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은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낸시 에이버리 데포의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한국경제신문)다. 저자는 책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는 동시에, 어머니와 함께하면서 생긴 오해와 위험한 순간들을 전해준다.

이 책의 중심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이 병을 앓는 환자들 앞에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이 자리한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 상실, 아무것도 붙잡을 게 없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간의 성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저자의 엄마는 한밤중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갔다. 엄마를 찾으러 나간 아빠는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계단에서 심하게 굴렀다. 그 시간 엄마는 여전히 동네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결국 입원 중이었던 아빠는 합병증이 생겨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의 얼굴을 끝내 알아보지 못했다. 딸이었던 저자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당혹스럽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엄마에게 기억이 남아 있었다면 아빠의 죽음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란 걸 말이다. 어쩌면 장례식장에서 엄마에게 그 병은 위장된 축복이 아니었을까. 

엄마를 유일하게 돌보았던 아빠가 죽자, 딸인 저자는 엄마를 돌보게 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이 상처나 갑작스런 체중 감소, 탈모 같은 증상처럼 눈앞에 뚜렷히 나타나는 뇌장애가 아님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은 점진적으로 정신을 빼앗아가고 단계별로 뉴런을 파괴하고, 그 자체로써 정신의 정상적인 반응도 빼앗아가는 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알츠하이머병은 환자와 주위 사람들 사이를 소원하게 만든다. 부모님 친구들은 점점 부모님과의 만남을 피하기 시작했다. (중략) 결국 그분들은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쪽을 택했다.”

“엄마의 병을 비밀로 하려 하지만 않았어도 아버지는 더 많은 이해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아버지 본인은 엄마를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비밀을 숨기는 바람에 두 분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 피해가 아주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책 63쪽 중).

이처럼 치매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질병도 없다. 진행 속도가 느린 병의 특성상 환자는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가족의 고통 또한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엄마를 이해하다가도 계속해서 다그쳤던 저자는 엄마가 하늘로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계속 다그쳤던 점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에는 기억마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넨다. “엄마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기억은 부모님이 서로에 대해 품었던 사랑과 부모님에 대한 사랑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분명한 건 엄마는 아빠를 깊이 사랑했고, 자신의 부모님과 자식들을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김목화 기자  yesmoka@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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