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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인가 사기극인가955호 사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한국교회 대표들이 주한미군 철수 반대 등 한반도 평화 협력 요청을 위해 미국 의회 방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 석상에선 현 정부의 외교·안보 위기 속에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코리아 패싱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북미 평화협정을 통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단숨에 심각해졌다. 여기에 1970년대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을 당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미국 의회를 찾아 미군 철수를 반대하면서 카터 대통령의 생각을 바꿨다는 주장과 한국교회 공식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자는 제안이 나오자 교단장들은 기다렸다는 듯 미 의회의 연내 방문을 처리했다. 현장에서 이들이 한반도의 위기 극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들은 1970년대 말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군 결정을 백지화한 것은 당시 과소평가했던 북한의 군사력을 정확하게 분석한 미 육군 대북정보 분석관의 노력 덕분이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내부 문서가 공개된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미 국가안보기록보존소가 공개한 ‘대통령 설득: 지미 카터와 주한미군에 대한 사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카터 행정부는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과 대등하다고 잘못 판단해 주한미군 철수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1976년 미 육군 대북 정보담당관인 존 암스트롱이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 군사력이 남한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북한군 보유 탱크 수가 알려진 것보다 80% 많고 비무장지대 100㎞ 이내에 270대의 탱크와 100대의 장갑차를 갖춘 기갑사단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발견해 보고했다. 그러나 카터 행정부는 이를 묵살하고 1977년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암스트롱은 1978년 5월 북한군 편제표에 없던 3개 사단과 1개 여단을 새로 확인했다. 같은 해 10월엔 북한 지상군 병력이 기존의 45만 명이 아니라 최대 65만 명에 달하고, 사단 수 역시 28개가 아닌 41개라는 사실을 발견해 보고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주한미군 철군 반대론이 거세졌고 1979년 카터 전 대통령이 철군 보류를 결정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각국 정보당국이 최우선 순위에 넣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런데 현 정세 분석은커녕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이미 공개된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세간의 소문과 구전 수준의 이야기를 듣고 미 의회를 방문해 한반도 정세 호전을 위한 협력 요청을 결정한 것이다. 몰랐다면 그야말로 희극이 아닐 수 없고, 알았다면 희대의 사기극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염려한다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자신이 믿는다는 분 앞에 엎드려 기도하기보다 미 의회를 방문·설득하겠다는 주장에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며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릴 이가 과연 있겠는가?

더구나 이들의 이야기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아닌 사실이라 해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평화가 달린 일을 치밀한 분석과 공적 논의가 아닌 집단설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 역시 시대착오적이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 제1편 제1장은 19세기 말 풍전등화 같았던 조선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봉건적 체제의 붕괴와 외세 침략으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 봉건적 사회체제를 이념적으로 지탱해 오던 전통종교는 변화를 갈망하는 민족의 영적 윤리적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기도하는 일에 익숙지 않다면 과연 이러할 때에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을 죄에서 구원하고 새로운 역사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기독교 인구가 1000만 명을 넘고 연합기구의 통합이 이뤄지는 일 보다, 엎드려 기도하며 말씀대로 사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오늘의 화려한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있게 한 것은 숫자나 지식, 정치가 아니다. ‘불쌍히 여겨 달라’고 울부짖는 당신의 자녀를 긍휼히 여기사 값없이 은혜를 베푸신 주님의 능력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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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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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푸 2017-09-11 20:34:21

    어이쿠...
    목사님들 요즘 세상이 어찌변했는지 너무 모르십니다.
    미 의회가 웬말입니까? 보고 듣고 느끼는것도 없는 금수도 아니고...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목사는 목사답게 기도나 하시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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