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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한 몸’, ‘지체’가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
지난달 30일 열린 시사회에서 연출 의도를 말하고 있는 신연식 감독. 2005년 ‘좋은 배우’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신 감독은 ‘페어러브(2010)’, ‘러시안 소설(201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동주(2016)’ 등의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다.

부끄러운 민낯, 한국교회의 오늘을 말하다
‘동주’ 제작한 신연식 감독의 기독교 영화
기독교 신앙의 참 모습, 죄의 문제 다뤄


한반도에 복음이 전해진지 올해로 132주년이다. 특히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한국교회의 회복과 갱신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는 가히 중증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병색이 완연하다. 

오직 말씀과 기도, 성경을 외치며 본질로 돌아가고자 애썼던 종교개혁의 정신을 비웃듯, 한국교회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터지는 온갖 추문에 씁쓸함만이 입가를 맴돈다. 

한국교회의 과오를 인정하고 회개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 외침은 너무나 미약하기만 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기보다 외부로 돌리기에 바빴다. 

한국교회, 안녕하신가요?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로마서 8:37’은 한국교회가 정말 건강한지, 또 문제는 없는지 질문하게끔 만드는 영화다. 영화 ‘동주’의 제작자이자 자신을 한 명의 평범한 기독교인으로 소개하는 신연식 감독이 제작과 각본, 연출을 맡았다. 신 감독은 ‘동주’의 흥행을 발판삼아 스스로에게 오랜 부담이자 고민이었던 기독교 영화 제작에 나섰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는 물론, 외신과 비기독교인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로마서 8:37’은 전도사 ‘기섭’의 신앙 여정을 묵묵히 따라가는 영화다. 기섭은 자신의 우상이자 롤모델인 ‘요섭’의 요청에 따라 ‘부순교회’ 간사로 들어간다. 하지만 요섭을 둘러싼 무수한 의혹을 마주하며 기섭은 혼란에 빠진다. 

교회 동생 ‘미진’의 고백으로 인해 기섭은 비로소 요섭이 감추었던 진실을 보게 된다. 영화는 진정한 기독교 신앙의 모습이 무엇인지 물으며 기섭의 간절한 기도로 막을 내린다.

전도사 기섭은 자신이 존경하는 형이자 우상인 강요섭 목사의 부탁으로 부순교회 간사로 들어간다. 왼쪽부터 요섭과 기섭.

우리 안의 죄와 마주하다

영화의 주요 장소인 부순교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 교회 안에 만연한 성폭력 등 감독의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세심한 묘사가 돋보인다. 하지만 특정 교회나 인물을 고발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신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사실은 하소연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며 “지금의 교회가 과연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로마서 8:37’이 끝까지 붙잡으려고 한 주제는 죄의 문제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이 죄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다. 불의한 진실에 침묵할 수 없었던 기섭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 좌절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기섭은 하나님이 되려고 했던 인간 본연의 죄성이 자신에게도 있었음을 깨달으며 회개의 기도를 한다.

영화에서는 원죄를 마주한 한 인간뿐만 아니라 죄를 함께 짊어지는 공동체의 모습이 어떠한지도 잘 보여준다. 신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들었던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왜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마냥 묘사하느냐’는 말이 가장 가슴에 아팠다고 한다. 그는 “일부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그 속내에는 나와는 상관없단 걸 이미 전제하고 있다. 이 세상에 죄가 들어온 것이나 구원받은 것은 일부가 아니라 단 한 사람으로 인한 것이었다”며 “교회는 ‘한 몸’이라고 하고, ‘지체’라고 말하지 않나. 머리카락 한 가닥만 뽑혀도 아픔을 느낀다. 일부가 병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체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각본을 구상하던 때에도 답답함을 느꼈다는 신 감독은 “많은 목사님들이 공동체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기보다 객관적으로 냉철하게만 바라봤다”며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됐다. 예수님은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놔두시고 한 마리의 양을 찾기 위해 떠나신 분이셨다.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에 무감각한 한국교회의 현실이 두렵게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감독은 “우리의 죄를 있는 그대로 볼 때 은혜는 값진 것이 되지만, 죄를 외면하는 순간 은혜는 특권이 된다”며 “하나님이 내 편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내가 하나님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
 

김준수 기자  kjs0827@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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