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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은행나무 숲에서 만난 하나님을 읽는다맹성숙 권사의 독서 이야기
스마트폰 액정에 눈을 빼앗긴 현대인들이 다시 지면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맹성숙 권사는 독서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묵상하고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카페에선 커피 한 잔에 책을 담고, 거리에선 책 한 두 권쯤 들고 다녀야 폼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 굴러다니는 단풍을 보며 생각 좀 하며 살만한 가을에는 더욱 그랬다. 이맘때면 으레 한국인들의 빈곤한 독서량이 도마 위에 오르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지적마저 촌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화려한 스마트폰 액정에 눈을 빼앗긴 오늘날 한국의 풍속도다.

맹성숙 권사(염광교회)는 이런 스마트폰 세상에 도전장을 냈다. 어느 한 해는 1000권을 목표로 닥치는 대로 읽으며 독서의 영토를 넓히고, 또 어떤 주제에 꽂히면 깊이 파고들어 독서의 금맥을 찾는 재미로 살면서, 소원이 있다면 교보문고에 3개월 텐트치고 사는 것이라는 그가 ‘어느 평신도의 책읽기’라는 책을 냈다. 기독교인의 독서문화와 출판문화의 진보를 위해서라면 뭐라고 하고 싶은 소박한 열정이 거기 담겼다.

 

독서 입맛 당길 추천도서들

“기독교 출판문화가 빈약해진 게 안타까웠어요. 저 같은 부족한 평신도가 소박한 마음으로 책을 낼 수 있어서 감사해요. 더 많은 평신도들이 저와 같은 책을 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어요. 책읽기를 통해서 성경적 세계관이 정립이 되면 믿음의 지평과 생각이 더욱 넓어지게 되는 거죠. 그 후에 읽는 성경은 더 풍성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대략 20개의 주제 아래 그가 뽑은 책들의 특성과 느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을 더 사랑하기 위한 책’이라는 장이 있다. 그가 ‘이 책을 만난 것은 내 생에 축복 중의 축복이며 소중한 감사’라고 칭송하는 ‘구약의 문학적 구조: 창세기-말라기 주석’(데이빗 돌시)이 소개된다. 이 책을 통해 시나 문학 해석처럼 성경의 ‘행간’을 읽고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다.

이어 ‘성경에서 나를 만나다’(문동학), ‘하룻밤에 읽는 성서’(이쿠다 사토시), ‘예수 시대의 갈릴래아’(뵐리발트 보젠) 등을 통해서 성경의 우물에서 깊은 생수를 길어 올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날이 줄어드는 교회학교 어린이들, 예전 우리 신앙세대와는 달라 걱정이 되는 요즘 아이들을 컴퓨터 게임의 포로에서 구원하고 싶다면 ‘아이 손에 쥐어주고 싶은 책’으로 가자. 어린 시절에 만난 감명 깊은 책은 평생 그의 삶을 좌우하기도 한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기독교 동화로 개작한 ‘작은 영혼과 바보 온달의 이야기’(이현주), 비기독교출판사에서 출간했지만 생생한 그림과 글이 빛나는 ‘노아의 방주’(아서 가이서트 글 그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좋은 선물이 될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오로라 라바스티다 글, 매리 홀 엣츠 그림), ‘완벽하게 아름다운 책’이라는 독사서평이 실감나는 ‘퀼트 할머니의 선물’(제프 보럼보 글, 게일 드 마켄 그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성경 속의 동물 이야기’(데이비드 우드워드) 등등,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지만 어떤 책이 좋을지 난감한 어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비기독교 서적을 통해서도 더 넓고 깊은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에 다가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책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신갈나무 투쟁기’(차윤정, 전승훈) 같은 책은 기독교 서적은 아니지만 그가 두 번이나 읽고 그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렸다고 한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신비를 이 책에서 다룬 신갈나무를 통해서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꼼꼼히 기록해놓은 독서 메모들. 이 메모들을 정리해서 '어느 평신도의 책읽기'라는 책을 냈다. 크리스천의 책읽기는 성경적 세계관을 더욱 확립하고 믿음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서점들과 연애에 빠졌던 추억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아버지의 덕이 커요. 아버지는 학교 고용원 아저씨였는데 선생님들과 대화 속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으셨던 것 같아요. 그러나 박봉이셔서 일부러 숙직을 담당하셔서 숙직비로 책을 사주셨죠. 또 교회 다니면서 교회 언니, 오빠들과 토론하면서 책을 소개받으며 독서의 맛을 알아갔고요.”

삼중당 문고하면 중학교 시절 냄새가 난다. 중학교 작은 도서실에 꽂혀있던 삼중당 문고로 고전문학을 만났다. 고등학교 때 만난 담임선생님도 그의 독서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때 독서에 빠져 학교 공부가 시시해지고 자퇴까지 하려고 했을 때 선생님은 그의 마음을 붙잡아주시고 토요일 종례시간마다 그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게 했다. 덕분에 공부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서점의 추억이 있다. 그에게는 첫사랑인 ‘종로서적’, 아껴둔 사랑인 ‘영풍문고’, 그리고 현재의 사랑인 ‘교보문고’다. 1982년 1월 겨울, 휑뎅그렁하고 쓸쓸했던 청계천 헌책방 길을 헤매던 생각이 난다. ‘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교회 선생님의 말을 지도 삼아 먼 그곳까지 찾아왔다. 그 걸음이 종로서적으로 이어졌다.

“그날 종로서적에서 책을 한 권 사서 집에 오는데 정말 큰 부자가 된 것 같았어요. 층층마다 빼곡하게 책들이 꽂혀 있는 게 신기했죠. 그 후로 종로서적은 제게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약속장소였어요. 나중에 종로서적이 문을 닫은 후에도 한동안 그 앞을 서성였던 저의 첫사랑이죠.”

영풍문고는 그에게 ‘아껴둔 사랑’같은 곳이다. 영풍문고는 좋은 책들이 잘 선별되어 있어서 그의 독서에 실제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 특히 인문과학 코너에 가면 마치 ‘독서 소믈리에’가 엄선해주는 책을 맛보다는 것과 같았다.

교보문고는 그에게 거룩한 처소다. 이곳에 들어가면 마음의 신발을 벗고 언어를 상실한다. 지식을 탐구하는 구도자가 된다. 언젠가는 전날 주일 교회 봉사로 천근만근인 몸을 판피린 하나로 추스르고 교보를 찾았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서서 책을 읽은 적도 있다. 어느 새 책의 숲속에서 그 자신도 한그루 나무가 된다.

선교지에서 만난 이웃들과 함께

수많은 책 중에 그래도 성경

어떤 해에는 독서 천 권을 목표로 달려들어 850권을 독파하고, 한 작가에 꽂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이어가고, 관심 역사 주제에 관련된 책들을 8개월 내내 읽기도 하고, 책이 잘 읽혀지지 않을 때는 도리어 열 권 정도 쌓아두고 번갈아 읽으며 ‘내 정신에 죽어가는 세포에 게릴라성 폭우를 쏟아 붓는’ 그의 독서편력에도, 역시 결론은 성경.

“지금까지 수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수백 번, 수천 번 읽어도 그때마다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주는 건 성경이에요. 성경을 죽어라고 읽고 싶어서 번역본을 사서 함께 읽고, 도표나 지도를 성경에서 오려서 정리하고, 성경을 쪽성경으로 나눠 가지고 다니며 읽었죠.”

그 감동을 자녀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영어 수학 과외로만 돈을 쓰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러웠다. 교회 전도사님을 집으로 초청해 자녀들에게 성경과외를 시켰다. 아이들은 방에서 전도사님과 성경을 읽고, 그는 마루에서 읽었는데, 눈물 나도록 좋았다.

“책방에 가면 그래도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기독교서적 코너에요. 그런데 사실 그때마다 실망이 더 커요. 기독교 출판문화가 너무 빈곤해요. 유명한 목사님들이 내는 책을 보면 설교문을 그대로 냅니다. 설교문체는 읽는 맛이 없어요. 비신자들에겐 공감이 안되죠. 그걸 다시 문학적으로 가공해서 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될 텐데, 그게 참 안타까워요.”

이맘때 노란 은행나무 숲속이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한동안 신앙의 미로를 헤맸던 그는 가을에 하나님을 만났다. 행실 나쁜 아이가 방언을 하고, 불신자 가정의 친구가 매를 맞으면서도 교회 다니는 걸 보면서, 자기의 신앙이 하찮게 보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 가을, 곱게 물든 은행나무 숲을 지나다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았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이 그 제사 보였다. 하나님의 손이 나를 만들었구나!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하나님의 사랑이 단풍 속에 있었다. 지금도 새벽마다 그 하나님을 만난다. 책속에서 만난 하나님을 되새김질한다. 그 만나를 먹으며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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