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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우리'로 사회 정의·회복 꿈꾸자각 분야 기독 활동가 모여 고민·비전 공유

가난, 헌신, 열정, 정의… 흔히 활동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돕고, 부정·불의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들이 모였다. 특별히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예수의 심장을 품고 세상 속에 나선 이들의 아픔과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13일 마리스타교육관에서 열린 2017 제11차 기독교사회포럼에서 각 분야·연령을 대표하는 패널들이 각자의 사회운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보통'의 길 포기한 활동가의 삶

2017 제11차 기독교사회포럼이 13~14일 서울 마포구 마리스타교육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여성, 청년, 노동자,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외 이웃들과 연대하는 활동가들과 환경, 인권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이 참석해 서로의 고민과 비전을 나눴다.

먼저 ‘성차별을 받은 경우가 있는지’, ‘4대 보험을 적용받는지’, ‘최저시급을 보장받는지’ 등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활동가로 살며 겪은 애로사항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사람들의 평균보다 저조한 결과를 받아든 참석자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진행을 맡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상임연구원 이은재 씨는 “모든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이어갈 마음이 있다면 한 발 앞으로 내딛자고 할 때, 모두가 한 발을 내딛는 모습을 봤다”며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운동이 돼 다음세대가 행복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독교사회운동진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별, 분야별 다양한 기독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패널 토의 시간이 마련됐다. 20대 대표 전이루 목사(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30대 대표 송기훈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노동선교센터 사무국장), 40대 대표 남궁희수 목사(기독여민회 총무), 50대 대표 진광수 목사(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사무총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이들은 앞서 진행한 실험 결과와 관련 ‘보통’이라는 단어가 ‘활동가’라는 단어와 양립할 수 있을지 논의를 이어갔다.

남궁 목사는 “내가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지 질문해보는 시간이 됐다”며 “평소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 함께한 여느 활동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반면 진 목사는 “활동가로 살아오며 늘 고난 받는 사람처럼 하고 다녔는데, 그것이 주변사람들에게는 코스프레처럼 비춰졌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서울 출신, 남성, 실무책임자 등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득권층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했다”고 고백했다.

“알게 된 이상, 떠날 수 없어”

이날 패널로 참여한 활동가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 약자, 부조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현장에 뛰어든 이들이었다. 처음부터 어떤 뜨거운 마음이 생겨 사회 운동에 헌신했다기보다 시대적 상황과 여건, 차별, 장애 등이 계기가 돼 그들의 마음에 새로운 열정을 심어준 것이다.

그렇게 뛰어든 사회 활동 과정에서는 다소 폭력적인 현장에서의 위축과 계속되는 감정적 갈등의 어려움 등 공통된 고비가 있었지만, 이후 경험이 쌓여가며 얻게 된 신념은 확고했다.

남궁 목사는 “활동가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느꼈을 때 마음으로 수없이 외면하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결국 떠나온 게 가장 불안한 자리더라. 어느덧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자리가 내게 가장 안정적인 자리가 된 것”이라며 “그 후 트라우마 같은 경험들을 외면할 수 없다면 불안과 불신을 걷어내 즐기면서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살자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힘들지만 계속하는 이유는 활동가로서의 삶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진 목사도 “늘 스스로에게 묻고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것이 있다”면서 “하고 싶은 일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보다 완벽할 수 없다고. 지금도 스스로 확인하며 지금껏 현장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활동에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물은 결과, 송 목사는 “산선(산업선교회) 현장에서 접하는 사람들과 문화적 차이를 경험할 때마다 ‘교회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이 있다”며 “무엇보다 ‘어떻게 나는 교회가 될 것인가’, ‘교회를 이룰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이다. 그분들이 나를 ‘애기 목사’라고 부르는데, 비겁하고 약해서 때로는 뒤편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끝까지 불러주신 사명에 솔직하게 응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목요기도회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 한 유가족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그가 내게 ‘종교인이 우리들에게 별로 할 것 없지 않나. 법을 아나 그렇다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나.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뿐 아니냐. 그런데 그게 우리에게 제일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면서 “즉 종교라는 것은 선언들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한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활동에 임하면서 기독활동가로서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번 행사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진광수 목사는 기독교사회운동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닌 사회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나가겠다는 비전을 그렸다.

진 목사는 “열매를 얼마나 거둘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씨를 뿌릴 생각”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미 만들어진 이슈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큐베이터로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삶의 한복판에서 외롭게 서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일하는 우리로서 서로를 세워가며 같이 꿈을 꿔나가자”고 격려했다.

정원희 기자  whjung@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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