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교계
"세습 간섭? '공적 공간' 교회에 당연"교회협 김영주 총무, 오는 20일 7년여 임기 마치고 퇴임
15일 진행된 교계기자간담회에서 퇴임 소감을 전하는 김영주 총무의 모습.

“교회협은 제도와 운동 사이에서 늘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성을 강조하면 조직이 흔들리고, 제도가 안착하면 운동은 죽고 말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인데, 앞으로 총무가 될 이홍정 목사가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 지혜롭게 이끌어나가리라 믿습니다.”

7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 주 퇴임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가 차기 총무에 당부의 말을 남기며,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교회협을 떠나는 소회를 전했다.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교계기자간담회를 연 김 총무는 “교회협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시대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며 “초창기엔 흑백이 분명했기에 약간의 옳고 그름만 있어도 빨리 백을 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면 세월이 지날수록 무엇이 옳고 그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판단하는 데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회상하면서 “총무가 되기 전에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되고 보니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더라. 7년이란 세월동안 못한 것만 생각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교회협 정신만큼은 끝까지 지키려고 애썼다. 지금 다시 총무를 하라고 하면 이제는 잘할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총무로 있는 7년여의 시간 보수 정권 하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데 대해 “과거 국장으로 재직할 때 시국선언을 많이 내서 총무가 될 때 속으로 성명을 많이 내지 말자고 했었다”며 “그런데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지나고 생각해보니 시대마다 한국교회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잘한 것 같다”고 밝혔다.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성경에 나오는 예언자들도 대안을 내지는 않았다. 우리는 방향을 내는 것이고, 대안은 비판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사회적 요구와 교회의 요청에 반응해 제 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총무는 최근 한국교회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개인적 소견도 밝혔다. 특히 최근 잇따른 비판에 교회 측이 ‘교회가 좋다면 된 것이지 왜 간섭하느냐’는 논리를 내세운 데 대해 교회는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인 만큼, 단순히 자신들만 잘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이 일을 잘 한다고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교사가 잘 가르친다고 자녀에게 교사직을 무조건 부여하지 않지 않듯, 교회도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만의 리그가 되고 말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의 일을 공적 공간이 아닌 사적 공간으로 끌고 내려가면서 오늘의 문제를 낳은 것처럼, 교회의 일을 공적 공간으로 올리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재 일부 대형교회의 논리 역시 사적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총무는 또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고, 왜 덩치를 키워야 하는지’ 교회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교회가 우리 이웃들에게 필요한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 “기독교는 우리의 주인인 예수께서 이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지를 봐야하는데, 한국교회는 지금 그것을 놓치고 있다. 참으로 겸손함을 회복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면 죽은 교회가 되고, 오늘에 집착하면 사업으로 빠지게 되고, 미래의 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교회가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수의 제자로서 그 삶을 보고 해석하며 살아내야 할 의무가 있는 교회가 오늘날 편의대로 편리하게 예수를 재해석한 결과, 예수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교리 안에 갇혀 버렸다는 지적이다.

그는 끝으로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교회가 저를 먹여도 주고 한 몸으로 여겨주면서 감리회 본부 총무도 하고, 교회협 총무도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며 “수많은 목회자들과 동료들의 격려와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커다란 과오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는 나아주고 키워준 한국교회와 동행하고, 지도편달해준 교회 동료들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고 신세를 갚을 것인지를 고민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는 1989년 교회협에 발을 들인 뒤 인권위원회 사무국장과 일치협력국장 등을 지내고, 지난 2010년 총무로 선출돼 한 차례 연임한 바 있다.

총무 재임 시절을 포함한 교회협 활동 기간 민주화와 인권, 통일운동 등에 앞장섰던 김영주 총무는 오는 20일 교회협 제66회 정기총회에서 퇴임하며, 이튿날인 21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에 취임한다. 또 며칠 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자승 스님과 남북평화를 위한 포럼을 만드는 등 북한과의 교류 사업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정원희 기자  whjung@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원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