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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진나면 어쩌나 불안감에 잠도 못자요”규모 5.4 지진 발생 후 여진만 56차례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홍해읍사무소 인근 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의 모습.

이태희 권사(성광교회)는 지난 15일 오후만 생각하면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만삭의 딸이 살고 있던 아파트가 지진의 여파로 주저앉아 간신히 몸만 피해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에 위치한 대성아파트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에 하나다. 건물이 기울고 곳곳에 균열이 가 2차 피해를 우려한 지자체가 출입을 통제한 상태다.

현서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유리 학생(주날개교회)도 정든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실감나지 않는다. 발 빠르게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복구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재는 다음 주로 연기된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칠곡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통학 중이다.

규모 5.4 지진 발생…교회도 피해 입어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경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시를 강타해 11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집계된 건물피해만 공공시설 498건, 주택을 포함한 사유시설이 2165건에 달한다. 지진 발생 닷새째를 지나고 있지만 현재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56차례나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양순 권사(포항제일교회)는 지진이 발생한 순간을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7일 기자와 만난 임 권사는 “아까도 여진이 발생해 놀랐다”며 “어지럽기도 하고 가슴이 철렁한다. 새벽기도회에 나가면서 이 어려움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위치한 교회와 학교도 지진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교회는 십자가가 떨어지고 건물이 반파돼 출입이 통제됐다. 한동대학교는 건물 외벽이 무너져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삼남연회 경북동지방에 속한 19개 교회 가운데 포항 지역에 위치한 11개 교회도 건물 내·외부에 균열이 가거나 일부 천장이 내려앉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성광교회(박두식 목사)는 진앙지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컸다. 흥해읍에 거주하고 있던 교인들 중에는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들어갈 수 없어 급히 교회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본당과 식당 천장 일부가 무너지고, 건물에 금이 가는 정도에 그쳤지만 교회 앞 아스팔트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해 향후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에 대한 걱정이 많다.

감리사 박두식 목사(경북동지방)는 “집에 들어가기 무서워서 인근 친척집으로 피신한 교인들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며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현숙 사모는 “지진이 발생하자 충격 때문인지 집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 교인은 신발도 못 신고 잠자는 아이들을 이불채로 들어 피신시켰다고 하더라”며 당시의 긴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이 대피한 체육관 앞에서 봉사활동 중인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랑의 손길들

흥해읍 주민 800여 명이 임시 대피한 체육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로 가득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지난 16일부터 이재민들에게 식사와 구호품을 제공했다. 이석진 사무국장은 “하나님을 의지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포항에 있는 지역교회와 협력해 이재민들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흥해기독교교회연합회(회장 박두식 목사)는 2018년도 예산을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예장 통합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는 지진 피해 당일인 지난 15일 한동대 학생들의 임시 대피소로 교회를 개방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민 300명을 추가로 수용했다.

삼남연회도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교회를 돕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향후 안전진단 시 건물수리 비용과 함께 피해를 입은 교인들을 위한 적절한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중부연회의 한 교회도 추수감사주일 헌금 전액을 경남동지방 지진 피해 복구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훈훈함을 더했다.
 

이번 지진으로 외벽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입어 출입이 통제된 한 교회의 모습.

교회 건물도 내진성능 확보 시급

지난해 경주에 이어 포항에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드러났지만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전인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의 피해가 컸다.

국내 내진 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대해 처음 의무화됐다가 2015년 3층 또는 500㎡를 거쳐 올해 2월부터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기준이 강화됐다.

특히 1층에 벽을 세우지 않고 그 위에 건물은 얹는 방식인 필로티 공법의 안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회들도 한정된 면적에서 주차장 확보를 위해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진 곳이 많아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건물의 내진성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유중현 팀장은 “종교시설도 일정 규모 이상이면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건물은 강제사항이 없기 때문에 자체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며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자연재해를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정기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항=김준수 기자  kjs0827@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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