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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낮은 자리에 있었다

“주님의 도우심과 많은 분의 기도 덕분에 사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 22년간 묵묵히 사역을 함께해 준 아내와 하나님께 이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정부 무상원조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4일 개최한 ‘2017 개발원조의 날’ 기념식 현장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최도진 선교사(65세, 뉴욕한인제일교회)가 남미 파라과이에서 22년간 봉사활동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제12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민간부분)’을 수상했다.

금호제일교회 출신인 최 선교사 부부는 평신도 선교사로서 파라과이를 복음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1984년 11월,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무작정 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파라과이 도착 후 아순시온에 정착한 부부는 작은 슈퍼마켓을 시작했다. 이후 병원 자원봉사와 과라니 부족을 위한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 또 ‘캠프 파라과이’를 창설해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한인 혼혈인들을 학교에 보내고 사회 적응 터전을 마련해 주는 등 22년째 묵묵히 자비량 선교를 이어오고 있다.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에는 예멘과 레바논 등에서 의료봉사와 지원 활동을 펼친 이대영(49) 씨에게 돌아갔다. 현재 국제의료구호단체인 글로벌케어 레바논 지부장인 이 씨는 외과 전문의로, 2013년부터 레바논과 시리아 난민 거주 지역에서 이동 진료, 보건교육 사업을 펼치면서 1만 5000여 명의 난민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했다. 그는 1988년 몽골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해 2005∼2011년 예멘에서 외교부 산하 비정부기구(NGO) 국제의료협력단(PMC) 요원으로 의료 환경 개선과 의료인력 양성에 기여했다.

국무총리상은 2005년까지 우리들동물병원을 운영하다 이듬해부터 캄보디아에서 KOICA 봉사단원과 자문단 등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이원배(68) 씨와 굿네이버스 탄자니아사무소의 허남훈(44) 지부장이 각각 받았다. 자문단은 캄보디아 왕립농업대학에 파견돼 수의학부 학제 개편에 따른 6년제 커리큘럼을 개발해줬고, 허 지부장은 탄자니아에서 교육, 식수, 위생, 보건, 소득증대, 난민 등 분야에서 종합적인 지역개발 사업을 수행했다.

외교부장관상은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의 파라과이 사무소의 김영희(여·58) 씨와 KOICA 네팔사무소 코디네이터인 한병숙(여·31) 씨, KOICA 이사장상은 각각 라오스와 탄자니아에 파견돼 활동을 펼친 KOICA 봉사단원 김문덕(66)·김수환(45) 씨가 받았다.

대한민국 해외봉사상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제정한 정부 포상으로, 세계 각지에서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해외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한민국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06년 이후 매년 이어오고 있다. 후보자는 정부 부처 또는 공공기관 파견자인 ‘정부 부문’과 비정부기구(NGO), 민간단체와 개인 등 ‘민간부문’으로 구분해 받는데, 추천은 재외공관장을 비롯해 공공기관과 NGO, 기업 등 해당 봉사자 파견 기관의 대표자처럼 해외봉사자의 공적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곳곳에 가짜 봉사상이 넘치는 시대에 그만큼 권위 있는 상이라는 얘기다.

최근 한국교회봉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교회의 봉사 활동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서도 국민들은 한국교회가 타종교에 비해 가장 적극적인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공동체의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이들 개인을 통해 한국교회의 존재감이 입증되고 있다.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 높아지려고 할 때,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낮은 자리를 향하는 이들. 역설적이게도 어느새 갑(甲)의 자리에 선 교회공동체에서 모두가 앞다투어 ‘큰길’을 향하는 시대에, 공동체 논리를 벗어나 ‘좁은 길’을 향하는 용기와 도전이 믿음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믿음은 제도와 형식이나 교권, 건물과 화려함에 있지 않다. 스스로 이 땅의 ‘나그네’로 여기고, 구원받은 ‘거지’처럼 은혜를 베풀며, ‘머슴’처럼 사명을 감당하는 일. 그것이 바로 교회개혁 정신의 핵심이다. 

기독교타임즈  journalist.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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