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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안정균 목사(제천제일교회)

30여 년 전, 군에 있을 때 바둑을 배운 일이 있다. 제대를 몇 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매일 매일 주어진 시간이 참 늦게 간다고 느낄 때 군 제대를 앞둔 병사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로 바둑을 뒀다. 잘 두지는 못하고 그냥 길만 아는 정도인데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바둑을 배운 후에 놀란 일 중 하나는, 바둑의 고수들은 바둑 한 판을 끝낸 후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복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프로 기사들이 바둑 한 판 두는데 400여 수를 주고받는 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것을 정확하게 다시 복기를 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은 한 해설자의 명쾌한 대답으로 해결되었다. “바둑 기사들은 어떻게 경기 후 복기가 가능합니까?”, “예. 그것은 프로 기사들이 바둑을 둘 때, 의미 없는 돌을 놓지 않습니다. 한 수 한 수 의미 있는 돌만 놓기 때문에 그 의미를 따라가면 복기가 가능하지요.”이후로 나는 마치 바둑 기사들이 복기하듯이 의미를 따라서 내 삶을 복기해 보기도 하였다.

2017년도 벌써 12월이다. 정유년, 닭의 해라고 해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생각하며 새로운 희망을 갖고 출발한 것도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그 어느 때보다 큰일들이 있었다. 국가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탄핵되고 감옥에 가게 된 일, 선거를 거쳐 새로운 대통령이 세워진 일, 북한의 핵 위협과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된 일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이러한 때에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과 더불어 지혜를 구하며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해였다. 또한 교회와 교단들마다‘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라고 이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시작된 해였으나, 결국 큰 변화나 개혁의 징조들은 하나의 구호나 외침으로 지나가고, 오히려 어느 대형교회의 모습에서 사명과 사역의 대물림보다 부와 권한, 권력의 대물림의 모습으로 세상에 비추어지게 되어 씁쓸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세상의 물결 속에서 한 지역교회의 목사로서의 지나온 1년을 되돌아본다. 한 지역에서 110년의 은혜로운 역사를 이루어 온 교회에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 목사로서 사역을 한다는 것이 송구스러워서 새벽마다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 사람의 능력이 아닌 주님이 주시는 능력으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영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간구하며 지나온 한 해였다. 지역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세워져서 신주택가로 변모되는 곳에 땅을 구입하고, 예배당을 짓고 교인들을 파송하여 110주년 기념교회로 분립개척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건축이 시작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건축이 되는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고로 큰 어려움을 겪은 해였다. 결국 계획했던 일이 해를 넘기게 됐고 이 과정에서 새벽마다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러한 시간들을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니 그러한 가운데서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제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며, 나의 지나온 시간들 전체를 되돌아본다. 그 언젠가 주님이 날 부르시는 날, 내가 주님 앞에 선다면, 주님이 날 어떻게 생각하실까. 내가 되돌아보는 내 삶과 하나님이 보시는 내 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해를 보내는 시간, 교회력으로 예수님 오심을 기다리는 강림절에 다시 한 번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물어본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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