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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낮춰야 한다969호 사설

본지가 성탄·송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이 시대 고난받는 이웃들을 돌아봤다.

지난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이등 항해사 허재용 씨의 누나 허영주·경주 자매를 광화문 광장 남측에서 만났다. 허 씨 자매는 가족대책위원회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막내가 생각난다는 허 씨 자매는 “이 일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제 동생을 포함해 여전히 구명정 위에 있을 선원들을 위해, 그리고 해양사고 대응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했다. 허 씨 자매는 국민들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단순히 남의 일로만 여기지 말아줄 것과 제대로 된 수색이 이뤄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 사이 전국 7개 사업장 노동조합이 함께 모여 있는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현장에서 만난 전국금속노조 콜드콜택 이인근 지회장은 11년째 길거리 위에서 투쟁 중이다. 단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이 지회장은 “누군가는 저희를 향해 ‘시위꾼’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세상 어디에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했다. 그는 “심지어 종교의 이름으로 저주하는 사람들로 인해 아직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과 함께 사랑하는 딸 ‘예은’이를 잃은 박은희 전도사는 “늘 입에서 떠나지 않던 찬양을 부르기도 싫었고, 성경도 읽고 싶지 않았다. 사랑과 평안, 하나님께서 항상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내용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누가복음을 읽으며 성경 속 예수님의 삶이 자신과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느꼈고, 예수님께서 살아가신 흔적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분이 만났던 낮은 자리에 있는 자가 마치 우리인 것 같고, 예수님께서 당한 일이 우리가 당한 일 같았다고 했다. 박 전도사는 그렇게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박 전도사는 한국교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전적 지원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무엇이 힘든지, 왜 이러한 일이 생겼는지, 이를 통해 본 것은 무엇인지를 예민하게 귀 기울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처음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함께 울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예배’하고 ‘하나님께 같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한국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같았지만, 대다수 한국교회는 그렇지 못했다. ‘한국교회’란 이름으로 찾아온 이마다 고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 처음 건넨 말은 ‘교회를 다니는지’였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교회를 슬프고 어둡고 힘든 부분들을 죄악시하는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지금 세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이기주의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착각과 변명 그리고 오만에 빠져 있다. 옳고 그름이 더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지금, 세계가 겪는 위기는 경제위기도 전쟁의 위기도 아닌 인간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성탄절을 맞은 한국교회는 낮은 곳에 임하신 예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은 자들의 공동체임을 기억해야 한다. 동시대를 사는 세계 모든 인류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불행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지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교회공동체를 향한 선교적 사명이다.


하나님의 긍휼이 구원의 핵심임을 강조한 사도바울의 로마교회를 향한 교훈이 적절해 보인다.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라…. 높은 마음을 품지 말고 도리어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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