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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는 위기들967호 사설

‘회색 코뿔소’라는 말은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이사 미셸 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큰 몸집 탓에 멀리서도 잘 보이고 움직임을 알 수 있지만 막상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눈앞에 두고도 이를 부정하려다 큰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처럼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경제 용어로 사용된다. 하지만 어느 분야건 회색 코뿔소로 표현되는 위기 상황은 존재할 수 있다.    

감리교회 현실에서 회색 코뿔소로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다. 거듭된 감독 선거 불복 시비가 대표적인 경우다. 2008년 이후 10년을 돌아보면 어느 한해 편안하게 선거가 진행되고 결과가 수용된 일이 없다. 반복되는 법적 시비와 소송은 소모적인 내부 갈등과 혼란으로 선교의 동력을 상실하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감리교회의 위상을 실추시켰다.   

이런 소동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제도적 허점과 운영상의 한계가 노출돼 여러 차례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그것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를 보고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우리의 현실이 결국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감독회장 선거무효 소송도 그렇다. 선거 기간 내내 시비가 돼온 문제들을 교단이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정 공방이 생겨났고, 법원으로부터 당황스러운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여전히 잠복해있는 금권 선거 논란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제도와 선거 방식으로는 그러한 시비나 소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감리교회는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스스로를 거대한 회색 코뿔소 앞에 노출해 온 셈이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임에도 교단의 대응은 미미했고 위기가 현실로 드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무력하다. ‘선거무효’라는 상황에서 근원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선거무효’가 확정되고 나서 벌어질 직무대행 선출 혹은 재선거라는 정치적 로드맵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도 문제다.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는 찾아보면 또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크게 물의를 빚은 서울연회 모 교회의 건물 매각문제도 그중 하나다. 성장주의 풍토나 일선 교회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현재 감리교회의 시스템 아래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유사한 소동이 있었지만 감리교회는 그때그때 책임 공방만 할뿐 시스템을 정비하거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잘못이 드러났을 때 반성하고 회개하는 일은 중요하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풍토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그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은급문제나 미자립 교회 문제, 예산 부족으로 부실해진 교단 정책 사업,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교단 신문의 정체성 논란과 경영위기, 신학대학의 질적 저하나 교역자 자질 시비 같은 위기 상황이 이미 경고등을 켜고 있다.    

이처럼 숱한 위기 상황 앞에서 감리교회는 표류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해도 근본적 대책 없이 미봉책으로 땜질만 하거나 이미 흘러간 정책을 새로운 대안처럼 들고 나오는 임기응변만이 회전문처럼 요란을 떨며 돌아간다. 개혁이라 말하면서 실제로는 시늉에 그치고, 정의를 외치는 듯 보여도 그 이면엔 정치다툼이 자리한다.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된 대책을 논의하기보다 누군가의 책임을 묻는 일에 더 집중하는 감리교회의 모습은 심각한 지경이다. 그마저도 나중에 보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허탈한 결과를 반복한다. 이런 일들이 관행처럼 이어지다 보니 교회를 개혁하고 바르게 세우는 일에 사람들을 좌절하고 냉소적이 되는 것이다.  

감리교회의 미래는 정치나 선거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바로 볼 수 없다면 바른 출구를 찾는 일 역시 가능할 수 없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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