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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며, 묵상하며, 기도하며… 하나님 앞으로 뚜벅뚜벅김목화 기자의 문화 view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 展’

아시아 최초 공개 ‘걸어가는 사람(워킹맨)’, 특별관 통해 작품과 함께 묵상기도
자신의 삶을 평생 조각에 담아낸 자코메티, 유작 ‘로타르 상’ 아시아 최초 공개
부서질 듯 덤덤히… 조각에 담긴 인간의 고독, 죽음, 영원한 삶

가느다란 팔과 다리, 앙상하게 느껴지는 체구.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은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 걸음걸이만큼은 인간의 연약함과 가벼움을 초월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 II)이다.

국내 최초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4월 15일까지)이다. ‘가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함을 초월한 조각가’, ‘실존주의 철학을 조각으로 표현한 예술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을 만든 작가’, 자코메티다.

세계적인 조각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자코메티의 이번 서울 전시회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열렸던 전시회와 또다른 특징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코메티의 전형적인 작품세계로 굳혀진 철사같은 인물 입상과 살아있는 듯한 눈빛을 가졌지만 몸은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인물 흉상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전시장도 자코메티의 동생, 아내, 친구 등 모델이 됐던 인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작품 수는 조각 40여 점, 회화 10여 점을 포함해 총 116점. 주목할 점은 프랑스 파리 자코메티 재단이 주최한 전시 중 쉽게 볼 수 없는 자코메티의 석고 원본 15점을 한국에서 선보였다는 점이다.

주목할 작품은 자코메티의 대표작이자 걸작으로 꼽히는 188cm 높이의 조각 ‘걸어가는 사람’(1960)의 석고 원본이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이 작품은 자코메티의 브론즈 에디션 6점 중 하나로 지난 2010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약 1158억 원에 팔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조각이 됐다. 여담이지만 가장 비싼 조각도 역시 자코메티의 조각이다. ‘가리키는 사람’(Man Pointing, 1947)으로 2015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1575억 원에 낙찰됐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 II, 1960, 석고)이 전시된 특별관 전경.
오는 4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코메티 전시 내부 전경.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던 자코메티는 살아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 참혹했던 세계 1, 2차 대전을 경험했던 자코메티가 간절히 소망한 ‘살아 움직이는 조각’은 전쟁의 폐허 속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좀비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당시 사람들에게 작품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어차피 우리 인간은 모두가 죽음 앞에서 패배자다. 살면서 조금 실패한 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이 걸어 다닐 때면 자신의 몸무게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것, 그 가벼움이다.”

자코메티는 전쟁 직후 죽음을 초월한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고민했다.
또한 기독교 가풍이 짙었던 가정에서 성장했던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면, 죽음을 이겨내고 초월한 인간의 생명력을 조각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코메티의 작품세계를 이번 전시장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형이 있는 ‘묵상의 방’이 있기 때문이다. 캄캄한 공간에 우뚝 서있는 ‘걸어가는 사람’ 앞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부서질 듯한 조각상의 걷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큰 공간에 나의 단 하나의 조각만이 있다. 하지만 그 조각은 그 큰 공간을 존재로 가득 채운다.”

자코메티는 욕망과 허영을 비워내고 인간 스스로의 실존에 집중할 것을 ‘걸어가는 사람’을 통해 말하고 있다. 끔찍한 일을 겪었다 할지라도, 인간은 계속해서 걸어야 하고, 전진할 수밖에 없다는 자코메티의 철학이다.

자코메티의 조각들을 보면 해골 같은 얼굴 속에 분명한 ‘시선’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시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은 죽은 자의 해골에 불과하다. 결국 죽음과 개인을 구별해주는 것은 시선이다.”

성냥갑만 한 조각 속의 실낱같은 인간의 형태라도, 말라 비틀어져 부서질 것 같은 인간의 형태라도, 그 의미가 거대하게 와닿는 건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은 인간의 실존 때문임을 보여주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세계대전보다 더 가혹한 세상살이를 살고 있는 21세기일지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전진’해야 함을, 자코메티는 묵묵하고도 강렬한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Alberto Giacometti working on the bust of Yanaihara in his Studio, 1960 Photo Annette Giacometti
Alberto Giacometti working on the bust of Yanaihara in his Studio, 1960Photo Annette Giacometti

 

김목화 기자  yesmoka@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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