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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피스플랜에 거는 기대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도로 부름을 받았음을 믿으며, 같은 피를 나눈 한 겨레가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대립하고 있는 오늘의 이 현실을 극복하여 통일과 평화를 이루는 일이 한국교회에 내리는 하나님의 명령이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임을 믿는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8년 2월 29일 종로5가 한 교회, 선언문을 읽어가는 어느 교단장의 떨리는 음성이 좌중을 압도했다. 그리고 잠시 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37차 총회로 모인 각 교단 대표들은 기립박수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채택했다.

평화, 자주, 민족 대단결 이라는 7·4공동성명의 3대원칙에 민중참여와 인도주의를 추가하는 이른바 5대 원칙을 담은 이른바 88선언은 발표직후부터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1995년을 평화통일의 희년으로 선포하고 희년을 향한 평화의 대행진을 교회갱신 운동으로 전개하겠다는 것이나 매년 8월 남북한 공동기도주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부분에는 매우 민감한 내용이 들어있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군사정권의 그늘이 채 가시기 전인 당시의 상황에서 통일 논의를 개방하자거나 남북한 통신과 교류를 전면 허용하자는 것, 심지어 핵무기 철거와 평화협정 체결이란 전제가 달려있긴 해도 주한미군 철수 등을 언급한 것은 쉽게 허용될 수 없는 것이었고 한국 교회 안에서부터 거센 반발과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봐도 이 선언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선언이 담고 있는 통일의 5대 원칙은 이후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에 상당 부분 그대로 반영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교회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해도 교회의 통일운동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낸 성과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없다. 

어느새 30년이 지난 이 선언이 또다시 통일 운동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회협의회는 오는 5일부터 ‘평화를 심고 희망을 선포하다’라는 주제로 88선언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협의회를 연다고 밝혔다. 세계교회협의회와 개혁교회연맹,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등에서 대표가 온다 하고 이번 협의회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가칭 ‘코리아피스플랜’이 제안될 것이라 한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전쟁반대를 위한 에큐메니컬 핫라인 구축, 평양 협력사무소 설치,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정의평화 순례 등 또 다른 차원에서 88선언에 버금가는 새 이정표가 세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88 선언은 누가 뭐래도 한국교회 통일 선교와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30년 전 기억을 붙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시대 상황과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 교회가 선언하고 행동해야 할 평화와 통일 운동의 새로운 좌표가 이번 기회에 설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듭된 북한의 핵 도발과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더 강력한 화해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평화의 실천운동에 나서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이 더 이상 갈라져 살수는 없다는 확고한 믿음아래 교회는 우리가 한 민족 한 교회임을 힘차게 고백하고 행동해 가야 한다. 갈라져 울려나는 한(恨)의 음성이 아니라 한 마음, 한 몸, 그리고 한 눈물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예배를 드릴 그 날까지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바르게 듣고 응답해야 할 때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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