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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인권조례 폐지 논란가열국가인권위, “필요한 조치 검토할 것”
교계, 찬반입장 엇갈려 내부 갈등

충남도의회가 재의결 과정을 거쳐 인권조례를 폐지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강력한 항의 입장을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의 불씨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에는 지역 기독교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

충남도의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충남인권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을 강행해 원안대로 가결했다. 표결에는 재적 의원 35명 중 34명이 참여했고, 이중 26명이 찬성했다. 충남도의회의 정당별 의원 수는 자유한국당 24명, 더불어민주당 9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1명이며 이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8명은 참석은 했으나 표결에는 불참했다.
재의안 가결에 따라 충남도는 5일 이내에 이를 공포, 시행해야 한다.

충남인권조례는 2012년 제정 당시 자유선진당 송덕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만들었으나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례안 가운데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전과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제1조)’는 내용을 문제 삼으며 태도를 바꿔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 조항이 동성결혼을 옹호하고 일부일처제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인권조례로 종교계 등 도민 간 갈등이 일고 있다”며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고 지난 2월 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재적 40명, 재석 37명 , 찬성 25명, 반대 11명, 기권 1명으로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본보 975호 보도) 그러나 안희정 전 지사의 재의 요구에 따라 지난 3일 본회의에 이를 다시 상정해 처리한 것이다. 재의안 처리에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재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했다. 

국가인권위 등  반발

충남도의회의 결정에 대해 충남도는 당혹감을 나타내면서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현재 진행 중인 인권사무에 차질이 불가피해 대응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도지사가 부재한 상태에서 도의회와 맞서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과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도의회의 결정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조례 폐지에 앞장선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포함해 책임을 묻는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도 재의결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전국에서 처음 벌어진 인권조례 폐지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6일 이성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충청남도의회가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와 기반을 허물어 버린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주장 확산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인권조례가 목표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성적 지향을 비롯한 일체의 불합리한 차별을 예방하는 것이지, 동성애를 조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거나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보수적인 기독교계가 우려하는 내용을 거듭 확인시켰다.    

인권위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황은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 등 국제사회에서 주목할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충청남도에 후속 대응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인권위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충남인권조례 폐지 대응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자 중에는 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우삼열 목사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대표 이종명 목사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토론자 선정은 충남 지역 상황이 보수적 기독교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토론회 개회사에서 “현재 16개 광역 지자체와 87개 기초 지자체가 인권조례를 제정 운영하는 등 지역에 맞는 인권 정책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면서 “충남인권조례 폐지는 충남의 문제가 아니라 막 활동을 시작한 지역인권보장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와 함께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계의 찬반 갈등

이번 사태에 대해 교계의 입장은 찬반양론으로 뚜렷하게 갈라진다. 보수적인 측에서는 충남도의회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잘못된 인권조례를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충남도의회의 결정이 잘못된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충남도의회의 재의결 직후인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하고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인권센터는 이 성명에서 “충남도의회의 인권 조례 폐지 결정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자유한국당과 보수 측 교회가 자신들의 왜곡된 신념과 힘을 앞세워 인권 조례를 폐지해 버렸다”고 개탄했다. 인권센터는 이어 “이는 200만 충남도민들의 인권을 짓밟고 후퇴시키는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행위이며 인권을 모독하는 일”이라면서 “충청남도의 인권조례는 다시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센터는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선 기독교 단체들의 행위가 잘못이라면서 “평등과 환대의 공동체인 교회는 주님의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충남기독교연합회’라는 단체가 인권 조례를 지켜내려는 목회자들을 제명하는 치졸한 행위를 벌이고 있다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웃의 인권을 짓밟고 무시하는 반 신앙적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섰던 충청남도기독교총연합회(충남기연,  대표회장 전종서)가 지난달 20일 도내 15개 시·군 기독교 연합회에 보낸 공문에서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한 목회자들을 제명·탈퇴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충남기연은 이 공문에서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가 지난 2월 19일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성향이 짙은 자들이며 언론을 통해 마치 기독교 내에서도 찬성하는 목사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성경을 잘못 해석해 주의 일을 위해 함께할 수 없는 목사들로서, 제명 또는 탈퇴시킬 것을 충남기연에서 결의한 바, 즉시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권조례 폐지 확산 우려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벌어진 일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충남에서 처음으로 인권조례가 폐지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 폐지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10일 기준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 17곳 중 16곳(인천광역시 제외)과 기초 지방자치단체 87곳(전체의 38.5%)이 인권조례를 제정했는데, 충남 공주·부여, 충북 증평군 의회 등에서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에는 대부분 지역 교계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충청남도 부여군의회는 이미 인권조례 폐지 논의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 부여군기독교연합회가 개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부산시 해운대구의회가 지난 2월 인권 증진 조례를 위와 같이 개정하면서 몇몇 구의원이 교회의 압력을 받고 ‘성적 지향’이란 내용의 삭제를 추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적인 교계에서는 인권을 보호하거나 증진하는 내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라는 표현 속에 숨어있는 동성애 옹호 및 조장의 내용들을 경계하고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성애자의 인권은 보호돼야 하지만 동성애 행위는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보수 기독교계가 동성애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양측의 대립된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쟁점이 되는 것은 성소수자 문제, 즉 동성애 문제로 압축된다. 국가인권위가 말하는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결국 동성애자를 옹호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보수적 교계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실제적 접근이나 해법을 찾지 못하면 인권조례 등을 둘러싼 갈등은 해소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충남지역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한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응징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으나 똑같은 논리로 보수적인 기독교계가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되고 있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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