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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회,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

파격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연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자칫 판단을 잘못하면 급변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회도 급변하는 상황이 있다. 지금 스위스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WCC) 70주년을 맞아 뜻 깊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위원회도 열리고 역사적인 교황의 방문도 이뤄진다. 세계 교회사에 길이 남을 사건들이 지금 지구 반대편 스위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스위스에는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에서도 대표단을 보냈다. 이들은 70주년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질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이를 위해 교회 대표들이 속속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인 자리에서 한국감리교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지난 17일 인터넷에는 흥미로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CC 70주년 축하행사에서 남북한의 교회 대표가 함께 어울려 찬송과 아리랑을 합창한 장면이다. 전언에 따르면 북한교회 대표가 먼저 합동 찬양을 제안했고 직접 반주까지 했다고 한다. 북한 대표의 반주에 맞춰 남한 대표가 찬양하는 모습, 함께 끌어안고 아리랑을 신명나게 부르는 장면은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한 이들까지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감동을 전해줬다.
그런데 그런 감동조차 씁쓸함으로 바뀌는 것은 초라해진 한국감리교회의 현주소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한국교회 대표단은 대부분 예장 통합 측에 속한 이들이고 감리교회에는 생소한 이들이다. 이날의 감동이 인터넷으로 전파된 직후 기장 측 사람들은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자기들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댓글들을 달았다. 하지만 기장 측은 곧 이어질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을 위해 대거 현지로 간다. 여기나 저기에서 비어있는 것은 감리교회뿐이다. 
WCC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자리에도, 평화무드가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에서 남북교회가 모처럼 함께하는 중차대한 자리에도 한국 감리교회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더욱이 세계교회협의회는 현재 총무가 재임을 포기하면서 차기 지도력을 선출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예장 통합측 인사가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인 모양이다. 세계교회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장로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한때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을 선도했다 자부해온 감리교회의 위상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감리교회 구성원들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고 따라서 그다지 아쉬워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지 감독회장 부재라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사 감독회장이 없다 해도 감리교회 안에는 11명이나 되는 현직 감독이 있고, 기능적인 본부 부서마다 총무나 원장이라는 실무 책임자가 있다. 또 3개나 되는 신학대학에 다수의 학자들이 있고 백년이 넘는 전통 있는 교회와 교역자들이 있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교회 무대에서 혹은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자리에서 감리교회의 위상이 축소되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제안과 공약은 전문성 있는 인사다. 그러나 스스로 그런 의지가 있는지, 그만한 의식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냉정하게 반문해야 한다. 선거 뒤 논공행상처럼 이뤄지는 인사,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친소관계나 거래의 모양으로 세워지는 지도력이 감리교회를 제대로 이끌어갈 리 없고 세계교회와 보폭을 맞춰가는 일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와 재판에만 관심 갖는 한국감리교회의 현재가 과거의 자랑스런 전통을 어느새 다 까먹고 이제는 미래의 희망마저 하나 둘씩 차단해 간다. 게다가 우리는 인물을 세우기보다는 헐뜯고 끌어내리는 일에 더 익숙해져 있다.
세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제 교회 안에서조차, 에큐메니컬 진영에서조차 퇴보해 가는 감리교회의 현재가 안타까울 뿐이다.
늦어도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건 미친 짓”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냉정하고 냉철하게 우리의 현재를 바꿔가야 한다. 선거와 재판이라는 정치놀음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정책놀음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
내달 서울에서는 세계감리교협의회 대의원 회의가 있다. 마침 우리나라가 회장을 맡고 있어 지도력을 발휘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저 또 한 번의 행사로만 그치지 않게 내용을 잘 만들고 최대한 습득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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