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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정말 희한한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원고는 소송을 끝내려 하는데 오히려 피고가 반대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승소할 자신이 있다거나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청구인낙’ ‘부동의’ ‘청구포기’ 같은 생소한 법률용어들이 현란하게 등장한다. 평범한 감리교회 구성원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혹스러울 뿐이다.

얼마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된 기독교타임즈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징계 당한 기자를 실제로 고용했던 기독교타임즈와 급여 및 세무관계를 담당했던 감리회 유지재단이 맡아서 진행해 온 사건인데, 정작 중요한 심문회의 하루 전 감리회 본부가 대표권을 주장하며 기독교타임즈와 유지재단의 자격과 주장을 박탈했다.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타임즈는 교리와장정 특별법에 따라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기구다. 인사 및 재정을 본부와는 별개로 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연간 예산의 5% 정도만을 총회에서 지원받는다. 당연히 기자나 직원도 본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채용하고 인사관리를 맡는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지방 노동위원회에서 고용주를 자처하며 기독교타임즈를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본부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그로인해 발생하는 법적 책임과 급여지불의 의무, 또 향후 기독교타임즈에서 발생하는 유사한 금전적 시비에 대해 모두 감리회 본부가 책임져야 한다. 서울지방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감리회 본부의 공식 답변서가 그러한 내용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구제 신청의 대리인을 맡고 나선 언론노조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감리회 본부가 공식 상대라고 확인해 준 일이 된다. 앞으로 생길수도 있는 언론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감리회 본부가 책임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기도 하다.

만약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교단 내 정치 문제로만 생각해 이번 일을 진행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직무대행이 거듭해서 자기 입장을 밝히고 있음에도 교단 안에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다. 선거무효라는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법적으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고 하루속히 교단을 안정시켜 정상화의 발판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직무대행에 거는 일반의 기대였다. 그것은 재선거 실시를 통한 새로운 감독회장의 선출일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소송을 원만하게 마무리해 감독회장이 복귀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무조건 전명구 감독회장의 복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명분도 없고, 정도(正導)도 아니다.

지금 감리회가 처한 현실, 선거무효는 말 그대로 특정인의 잘못이 아니라 감리교회의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당연히 감리회와 이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이를 변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래도 그것이 잘못된 일로 판정된다면 그 다음 할 일은 그런 잘못을 수습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어야 한다.

선거무효 판결이 나온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교단 어느 구석에서도 선거무효의 원인을 따져보려거나 이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감리회의 선거를 정당하다고 항변하거나 변호하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직무대행 체제의 유지 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재선거에만 관심을 두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사회 법정에서 선거무효 판결이 나올 정도로 감리회의 선거 시스템에 문제가 노출됐는데, 고장난 시스템과 불법 시비가 끊이지 않는 선거문화를 전혀 개선하지 않고 무작정 선거만 하자고 나서는 것은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이 과연 정상화의 길일까?  

사물에는 본말과 시종이 있다(物有本末 事有始終)는 대학(大學)의 교훈을 새겨야 할 때다. 감리교회가 지금 상황을 바르게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 없다는 간디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 방향이 잘못 설정돼 있다면 속도를 내면 낼수록 본질에서 더 멀리 벗어나고 문제는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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