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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창조질서. 못생긴 건 못생긴 데로 작은 놈은 작은 데로 이유가 있다청파교회 환경부가 함께한 생산지 체험기

홍천 동면 교회, 올해만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 방문은 감자를 심기 위해, 두 번째 방문은 감자를 캐기 위해.

감자를 심고 캐는 것은 한 생명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일이며, 한 우주의 탄생과 소멸을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작도 쉽지 않지만 끝도 쉽지 않다. 감자밭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다. 그러니깐 도시인의 몸은 생명을 키우고 살리고 거두는 데는 영 엉거주춤이다.

지난 4월, 감자를 심으러 가던 날이 떠오른다. 교회에 도착하니 목사님께서 바닥에 씨감자를 잔뜩 펼쳐놓았다. “자 지금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이게 씨감자라는 건데요, 여기 보면 감자에 싹이 나고 눈이 나 있죠. 이 부분을 중심으로 적당히 칼로 오려내는 거예요. 한 감자당 3,4등분 정도 하면 되요. 아셨죠? 그럼 시작!” 설명은 들을 때는 어렵지 않다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쉽지 않다. 이게 눈이야? 이게 싹이야? 칼은 자주 멈추었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자르자!’ 하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싹 자르는 일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좀 익숙해지자, 뭐 이정도면 종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 “자 지금부터 남자 분들은 비닐멀칭을 하러 갈 겁니다.” 비닐멀칭이 뭐지? 차를 타고 시골을 다니다보면 땅에 비닐이 씌워져 있는 걸 종종 보게 되는데, 아마 그걸 하려고 가는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교회 앞에 펼쳐진 500평의 감자밭 예정지! 헉~ 이걸 어떻게?

“보면 알겠지만 이미 이랑을 만들어놓았어요. 이랑에다가 비닐 멀칭을 할 텐데 앞에서 한 사람이 비닐을 펴면, 옆에서 두세 사람이 고랑에서 흙을 삽으로 퍼 비닐을 고정시키는 거예요. 여기가 바람이 세요. 바람이 날리지 않도록 흙을 두둑하고 촘촘하게 비닐 위에 올려주세요”

500평이 그렇게 넓은 공간인 줄 난 그날 처음 알았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삽질. 정말 허리가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다. “아이구! 허리야~”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왔다.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빨리 가려고 서두르면 몸도 피곤하고, 비닐도 쉽게 바람에 뒤집어져요.” 삽질을 하는 내내, 서울에서 온 우리는 도시에서 배운 “빨리빨리”가 몸에 배었는지, 속도가 빨라졌고, 빨라진 만큼 부실 공사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그럴 때마다 목사님은 느긋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비닐멀칭이 촘촘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중에 골치가 아파져요. 형제님들은 허리가 나가고, 여기는 비닐이 엎어집니다.” 그러나 “빨리빨리”와 “1000평 비닐멀칭 완료” 성과 목표에 눈이 먼 도시인에게 그 말이 영 쉽게 몸에 붙지 않았다. 곳곳에서 “아이구 허리야!”라는 곡소리가 났다. 그래도 잘하든 못했든 뿌듯하다.

비닐멀칭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본격적인 감자심기였다. “자~ 두 사람이 손이 잘 맞으면 속도가 납니다. 한 사람은 감자심기 도구로 비닐멀칭에 구멍을 뚫으세요. 가급적 깊게 박으시고, 그러면 옆에 사람이 도구 안으로 감자를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도구를 든 사람이 손잡이를 안쪽으로 당기세요. 그러면 밑에 닫힌 문이 열리고 감자가 흙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 도구를 살짝 빼는 겁니다. 비닐이 너무 많이 찢어지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감자가 보이지 않도록 흙으로 덮어주고, 그게 다 되면 30cm 움직여 다시 구멍을 뚫는 겁니다. 자 아셨죠? 시작!”

나는 목사님과 한 조가 되어 감자심기 도구에 감자를 떨어뜨렸다. “요즘 저는 좀 신이나요~ 젊은 후배들 11가구가 이 마을에 들어왔어요. 미술가도 있고, 연극인과 마임 하는 친구 그리고 노래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삶에 충전이 되네요. 공동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저런 시범사업을 신청해서 지자체에서 후원도 받기 시작했죠. 그 중심에 교회가 있다는 건 교회를 위해서라도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후배들 아이들이 동네에 들어오니 활기가 생겼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어요. 재미있어요. 공동체. 물론 힘도 많이 들지만, 청파교회 환경부 교우님들도 한 번 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그날 이후 나는, 우리는 다시 정신없이 서울의 한 자락에서 왜 바쁜지 모른 채 바쁘게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여름이 와버렸고, 지난 7월 초 다시 동면교회를 찾았다. 이번에는 감자를 캐는 작업이었다. 고맙게도 송탄에 있는 기쁜 교회 환경부원 10명도 함께한 체험현장이다.

경운기로 감자를 캐 내어낸 자리, 땅속을 요동치면서 안에서 노란 굵고 짧은 감자들이 위로 껑충껑충 뛰어 나오는데 1/4조각의 감자가 온전한 감자 여러 알로 변신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러나 이번 감자 심기는 서툰 솜씨로 감자를 잘못 심었는지 잘 자라지 못한 감자, 못 생긴 감자가 많았다. 지난 봄 부터 농부 목사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고생했는데 5kg 한 상자가 고작 만원이라는 것도 조금은 허탈했다.

영등포에 매장이 있는 감리회 서로살림 농도 생협의 생산지는 유기농 재배를 고수한다. 특히 동면교회의 작물은 화학비료 사용을 안하다보니 감자, 옥수수 등 열매가 마트의 작물들처럼 튼실하고 크지가 않다.

“어제 홍천에서 캐온 맛있는 유기농 햇감자 판매합니다. 환경부가 심고 환경부가 캔 맛있는 햇감자, 홍천에서 왔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청파교회 마당에서는 예배가 끝난 후 감자를 파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러 퍼졌다. 감자는 완판 되었고, 손에 쥐어진 금액은 적다. 그러나 돈으로는 비교 할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 누군가 작고 못생긴 감자가 많다고 투덜거리지는 않을까 괜히 걱정되기도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 못생긴 건 못생긴 데로 작은 놈은 작은 데로 이유가 있다는 목사님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내가, 우리가 못난 놈, 잘난 놈, 차별하지 않고 감자 한 알에 담긴 수고와 생명살림의 의지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동의하는 연대의 행위란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니기에 말이다.

오형일 집사(청파교회 환경부)

 

사진제공=청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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