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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넘어간 깍두기김병삼목사, 만나교회

최근 「치열한 도전」이라는 책을 하나 출간했다. 날로 변해가는 시대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주님의 몸된 교회가 ‘주님의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과 과정이 담겨 있는 열매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이 시대의 교회는 ‘담장을 넘어간 깍두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 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편을 나누어 놀이를 하곤 했는데 모인 숫자가 짝수일 땐 괜찮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눈치작전이 시작되었다. 누구도 팀에서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깍두기’였다.

“아무개! 너 깍두기 해라,”

깍두기는 여기저기 팀에 소속될 수 있는 존재였다. 김치를 담글 때 남은 무 조각으로 깍두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놀이나 모임에 제대로 속하지 않은 채 덤 취급을 당하는 사람’을 깍두기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다. 때론 잘하는 사람이 깍두기가 되기도 하고, 정 반대로 놀이를 못하는 친구가 깍두기가 되기도 한다. 깍두기의 실력이 어떠하든지, 깍두기는 승패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어디든 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누구 한 사람 놀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런 꿈을 꾸게 되었다. “이 땅의 교회들이 ‘깍두기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놀이를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던 깍두기, 어디든 낄 수 있지만 승패에 관여하지 않되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풍성하고 훈훈하게 나누는 그런 깍두기 같은 교회를 꿈꾸게 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의 깍두기는 괜찮은 깍두기여야 한다. 깍두기가 깍두기로서 인정받으려면 이편저편에 다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가장 큰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높이뛰기 선수였던 딕 포스베리(Dick Fosbury)가 우승한 것인데, 당시 8만 관중이 모인 경기장에서 사람들은 포스베리가 뛰어넘을 때마다 입을 딱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존의 높이뛰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다리를 벌리고 뛰어넘는 가위뛰기 방식을 사용할 때, 그는 가로대로 달려가 몸을 비틀어 머리부터 뛰어넘고 등은 공중에서 바닥을 향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현재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이 따르고 있는 바로 그 방식이 ‘포스베리 방식’이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식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시도가 발전과 변화를 만든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가장 큰 위기는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직도 그 옛날 한국교회가 성공적으로 보일 때의 방식을 찾고 있다.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 방한 집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의도 광장을 채웠던 장면을 회상하며 대형 집회를 통해 한국 교회의 반전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적어도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제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참여시키기는 쉽지 않다. 복음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탁월하다. 나는 말씀과 기도, 예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복음의 탁월성을 전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 세상에 필요한 깍두기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라는 ‘담장’을 넘어야 한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하며 그들이 이해하는 방법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만나교회는 계속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왔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험해 왔다. ‘우리교회’라는 담장을 넘어, 흩어지기 위해 MMP(Manna Mission Plan)라는 이름의 선교사역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심사숙고 끝에 선정된 MMP 교회들로 연중 내내 온 성도들이 흩어져 ‘그 교회’를 섬기고, 여러 사역을 ‘그 교회’와 함께 감당하고 있다. 나아가 이 MMP 사역을 탈북민과 이주민 사역의 영역까지 확장해가고 있으며, 주일에 성도들이 여러 교회로 흩어지기 위하여 토요예배를 시작하였다. 또 미디어 교회를 통해 사이버 공간으로도 흩어지고 있으며, 다음세대 사역을 통해 시간 속으로도 흩어지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흩어지고 담장을 넘는 것이 이 시대에 주어진 교회의 사명이라면 끝가지 이 길을 갈 것이다.

교회는 이제 세상과 접촉점을 갖는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담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세상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리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세상과 하나님을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 이 세상과 교회를 모두 유익하게 하는 ‘담장을 넘어간 깍두기’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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