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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cles』 페리클레스 배우라는 이름으로 ②송영범 목사, 갈릴리교회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이문구의 「관촌수필」과 조정래의 「아리랑」은 귓가에 감기는 구수한 우리말을 흥겹게 담아냈습니다. 시인 백석 역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을 남긴 시인입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고졸古拙한 맛이 가득합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탸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 자야를 생각하며, 시를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푹푹 눈이 나리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출출이 우는 산골로 가고 싶다던 백석의 뒷모습을 매만져봅니다. 첫눈이 내릴 때마다 백석의 시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때마다 삶이란 어둡고 캄캄한 설산 어딘가에 ‘그것이’ 있음을 믿고 오르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 볼 『페리클레스』는 서사시이자 로맨스입니다. 비록 호메로스의 『Odysseia: 오뒷세이아』의 방대함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퍽이나 벅찬 감동을 줍니다. 깊은 산 속으로 가고 싶다던 시인의 바람처럼,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페리클레스와 타이사, 그리고 마리나도 우여곡절 속에서 세상 곳곳을 떠돌았습니다.
 
왕비님을 돌봐드리십시오. 오, 그분은 너무 기뻐하신 겁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던 아침 일찍이, 이 해변가에 던져지셨습니다. 제가 그 관을 열었고, 그곳에서 값비싼 보석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왕비님을 회복시키고, 이곳 다이나아 신전에서 지내시도록 모셨습니다.
  <세리몬의 대사 가운데>

고요한 산으로 들어가든 물결 이는 풍랑 속으로 들어가든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닳고 닳은 삶의 하부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입니다. 비극 끝에 감춰진 로맨스가 무엇이며,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인생의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는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망하기보다는 그 속으로 들어가 들여다볼 때 삶은 더욱 분명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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